원화 대비 엔화 가격이 낮은 ‘엔저’ 현상에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에서 피벗(통화정책 전환)할 것이란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엔화예금으로 대규모 자금이 몰렸다. 엔화가 쌀 때 사서 비쌀 때 되파려는 환차익 수요가 늘면서 엔화예금 잔액은 처음으로 4개월 연속 90억 달러대에 머물렀다. 반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전망으로 달러예금에선 두달 연속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갔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환 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전월 대비 19억7000억 달러 줄었다. 예금 잔액 규모는 961억3000만 달러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보유한 국내 외화예금의 합이다.
엔화예금은 전월 보다 4억6000만 달러 늘어난 98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99억2000만 달러에 이어 두번째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11월 90억 달러대에 올라선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97억 달러, 1월 94억 달러에 이어 연속 90억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엔화예금은 지난해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지면서 투자 매력이 커지자 증가했으나 지난해 말 900원대로 상승하자 감소세로 전환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환율이 800원대로 다시 하락하면서 저가 매수세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일본은행(BOJ)이 3~4월 중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피벗(통화정책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엔화 강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만약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엔화가 강세를 보인다면 엔화 예금 가입자들은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원·엔 환율은 지난해 12월 912.7원에서 1월 말 901.9원, 2월 말 885.8원을 기록했다.
반면 달러화예금은 1월 말 대비 25억3000만 달러 감소한 778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유로화예금은 일부 기업의 수출대금 일시 예치 등으로 1억8000만 달러 늘어난 60억7000만 달러에 머물렀다.
한은 관계자는 “엔화예금은 엔화가 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강세 전환 기대 등으로 증가했다”면서 “달러화예금은 수출입 규모가 올 1월 1091억 달러에서 지난달엔 1005억 달러로 감소하고 일부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로 줄었다”고 말했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기업예금은 21억2000만 달러 늘어난 807억5000만 달러, 개인예금은 1억5000만 달러 증가한 153억8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은행별로는 국내은행의 외화예금이 10억2000만 달러,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은 9억5000만 달러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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