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줄며 원내 의약품 매출 감소…일반 병원으로 영업 전환 모색
임상 시험 지연 우려도…의사·제약사 갈등 비화 우려에 ‘예민’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김현수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하자 제약업계에서는 원내 처방 의약품 매출 하락, 임상 시험 환자 모집 감소 등 관련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전공의 파업으로 환자 진료·수술 건수가 줄어들며 항생제·수액제·주사제 등 원내 의약품 매출에 일부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의약품 영업·마케팅 전략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병원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전문의약품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수술 환자가 줄어들다 보니 수액 등 원내 의약품 매출에 영향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당장 큰 타격은 없지만 장기화하면 2분기께 타격이 있을 수 있어 사태가 빨리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병원에 있던 환자가 클리닉(병상 30개 미만 의원)이나 일반 병원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는 만큼 해당 분야로 영업 전략을 바꿔나가는 것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암 검사 등 고위험 질환에 대해 전공의들이 맡아온 역할이 크기 때문에, 전공의 파업으로 관련 환자가 감소할 경우 의약품 매출뿐 아니라 임상 시험 등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항암제 등 고위험 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신약의 임상 시험은 광고 모집이 아닌 병원에 입원하거나 등록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며 “입원 환자나 담당 의사가 줄어들면 임상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제약사 관계자는 “일부 암종의 경우 최근 한 달 새 대학병원에서 새롭게 진단받는 환자 발생 수가 종래의 절반 이하로 준 것으로 나타났다”며 “새 환자 진단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니 이들에게 처방·투약돼야 할 약의 매출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백혈암 등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골수 검사가 필요한데, 그동안 이 같은 검사와 진단 영역에서도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큰 역할을 해왔기에 이들이 떠난 사이 검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이로 인한 여파가 환자와 제약사에도 미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의료 공백에 따른 매출 등 여파를 파악하는 것이 제약사 내부적으로 예민한 문제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의사 집회에 제약회사 영업직원을 강제로 동원했다는 의혹에 이어, 제약사 매출에 관한 정보가 자칫 또 다른 갈등으로 비화할지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제약사 홍보 관계자는 의대 증원 사태에 따른 매출 변화 등과 관련해 “영업 직원이나 임상 부서와 소통하는 게 어려워졌다”며 “‘제약 쪽 (직원)을 동원했네, 안 했네’라는 말이 나올 때부터 회사 상급자들도 이에 대한 얘기를 잘 안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종합병원 대상 의약품 영업이 난항을 겪더라도 환자 입장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환자들의 치료가 미뤄지거나, 치료를 받아도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도 있지만 제약사가 아직 입장을 내거나 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hyuns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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