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충당금 전입액 1.3조…전년比 6천억↑
대출 부실 가속화 추세에 선제적 대응 나서
국내 지방은행들이 대출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쌓은 충당금 규모가 지난해에만 6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1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와 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자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당분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되고,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도 종료돼 차주들의 대출금 상환이 시작된 만큼, 지방은행들의 건전성 관리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 등 5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조2949억원으로 전년 대비 77.5%(5655억원)나 급증했다. 은행은 회수가 불확실한 대출채권에 대해 건전성 분류 기준에 따라 대손 추산액을 적립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광주은행이 1964억원으로 134.6% 늘어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부산은행(4000억·129.5%) ▲대구은행(3482억원·71.8%) ▲경남은행(2194억원·31.0%) ▲전북은행(1309억원·29.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지방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고 있는 배경엔 장기화하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같은 해 2월 이후 9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동결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면서 가계와 기업의 빚 상환 여력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방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은 악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5개 지방은행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0.54%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의 전체 대출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은행은 대출채권 상태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구분한다. 이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을 묶어 구분하는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떼인 돈으로 볼 수 있다.
지방은행 중에서도 부산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부산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2%로 전 분기 대비 0.15%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구은행은 0.65%, 경남은행은 0.39%로 각각 0.09%p, 0.02%p 올랐다.
JB금융그룹 계열 은행들은 보수적 대출 취급과 연말 채권 정리 규모 확대로 건전성 악화 추세에 제동을 걸었다. 광주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0.49%, 전북은행은 0.76%로 전 분기 대비 각각 0.05%p, 0.24%p 하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은행 중에서도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어 안심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대출 원금·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지난해 9월부터 종료된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미 금융지원 대상자들의 대출 분할 상환이 시작됐는데 수차례 유예되는 동안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환 부담도 그만큼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에 지방은행들은 올해도 건전성 관리 강화 기조를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금리로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관련 기업들의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며 “올해 경기도 바로 회복되기는 어려운 만큼 은행의 건전성은 당분간 악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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