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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 1년간 이어온 반도체 사업의 적자 고리를 끊어내고 1분기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메모리 시장 양강인 삼성·SK가 올해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길었던 ‘반도체 겨울’도 끝이 보인다는 평가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SK하이닉스는 1조1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삼성은 4개 분기 연속 이어온 조단위 적자 행진을 멈추고, SK는 전 분기 대비 247% 급증한 실적을 올리면서 국내 반도체 업황이 본격 상승국면에 접어든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반도체는 최근 들어 더 비싸게, 더 많이 팔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년 8개월 만에 최대 폭을 찍은 1월 수출금액지수의 1등 공신은 반도체다.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부문의 수출물량지수는 1년 사이 26.9% 뛰었고, 수출금액지수도 30.6% 올랐다.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회복 핵심은 메모리다. 앞서 메모리 제조사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34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다섯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역시 전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메모리사업부 흑자 전환에 앞서 D램 부문이 지난해 4분기에 먼저 흑자로 돌아섰다.
반도체 시장 선행지표로 통하는 메모리 D램 현물 가격도 5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 제품인 ‘DDR4 8기가비트(Gb) 2666’의 현물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10% 상승했다. 메모리 업체들의 감산 효과로 가격 상승세가 굳어지면서 삼성의 지난해 말 기준 반도체 재고 자산(30조9987억 원)도 2년 반 만에 감소세로 접어든 상태다.
D램보다 응용처가 적어 내리막이 더욱 가파르던 낸드플래시도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불황 탈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는 배경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분기 낸드 시장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0% 증가할 것”이라며 “고객 주문이 늘면서 낸드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25%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가 반도체 업체들의 신규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60억 달러(약 8조원)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대만 TSMC의 예상 보조금(50억달러)을 뛰어넘는 규모다. 최종 지원금 규모는 이달 말 공식 발표된다. 삼성은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4230억원)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투자 시점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는 현재 미국 내 150억 달러 규모의 첨단 패키징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에선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위한 D램 적층 작업을 할 것으로 전해진다. 신규 투자 지역으론 인디애나주 등이 거론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부지 선정 시기에 대해 “(올해 안에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규모에 한국 정부도 만족감을 보였다. 미국을 방문 중인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1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기업들이 제출한 보조금 신청서에 항목별 기준이 있으며 이를 충족하느냐 여부를 미국이 판단해서 금액을 정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60억 달러는) 상당히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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