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대상 금융정책상품의 연체율이 지난해 일제히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경기 속에 고금리 상황도 계속되면서 생계 유지가 어려워진 서민들의 빚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은 전년(15.5%) 대비 5.8%포인트 급등한 21.3%로 집계됐다. 대위변제율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상승 추세를 보여왔으며, 지난해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대위변제율이란 대출받은 차주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서금원 등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다른 정책금융상품에서 대위변제율은 일제히 치솟앗다. 만 34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유스’의 지난해 대위변제율은 9.4%로, 전년(4.8%)보다 2배 확대됐다. 저신용 근로소득자가 이용할 수 있는 근로자햇살론은 같은 기간 10.4%에서 12.1%로 상승했고, 저소득·저신용자 중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햇살론뱅크 대위변제율은 1.1%에서 8.4%로 급등해 8배에 육박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금융정책상품인 소액생계비대출과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의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금리 연 15.9%)의 급전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11.7%로 집계됐다. 금리가 15%를 웃돌지만, 1인당 평균 대출액이 약 58만원이라는 점에서 실제 매월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7000원대에 그친다. 월 몇천원에 그치는 이자조차도 내지 못하고 차주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신용 평점 하위 10%인 최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도 14.5%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9월 출시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월별 한도가 풀리는 매월 첫 영업일에 한 달 치 한도가 모두 소진되는 이른바 ‘오픈런 대출’로 꼽힌다. 이렇듯 서민금융 상품의 연체율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서민 부채 상환 능력이 한계에 달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더욱이 정책금융상품이 한정된 보증 재원에서 마련되는 만큼, 연체율이 올라갈수록 향후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책금융상품의 금리를 더욱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 의원은 “서민을 위한 정부의 정책금융상품의 금리가 평균 17.1%에 달하는 점은 스스로 대부업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연체율이 낮은 ‘사잇돌 대출’을 참고해 정부의 서민금융 금리 설계 대책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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