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어려워지자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회사들이 늘면서 기업대출 부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이 정부 가계대출 억제에 대한 돌파구로 기업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가운데 향후 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원리금 못 갚는 기업대출 증가세
17일 연합뉴스가 국민·하나·우리은행 등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시중은행 3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업대출 중 부실채권(NPL)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22년 말 0.26%에서 지난해 말 0.42%로 0.16%포인트(p)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하나은행 역시 기업 부문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0.24%에서 0.29%로 올랐다. 우리은행의 경우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0.23%로 유지됐다.
신한은행은 오는 18일, 농협은행은 29일 차례로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는데, 기업대출 부실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흐름은 가계대출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국민·하나·우리은행의 기업대출은 총 587조9772억원으로, 이 중 고정이하여신이 1조8593억원(0.32%)이었다.
가계대출 총액 432조1484억원 가운데 고정이하여신이 7399억원(0.17%)으로 집계된 것보다 두 배 가까이 비율이 높았다. 전년 대비 부실채권 비율 상승률 역시 기업 부문이 가계 부문보다 컸다.
◇ 가계대출 억제 이면에 기업대출 건전성 우려
기업대출 건전성 악화는 최근 은행권 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이어서 우려를 자아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기업대출은 2022년 말 1170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247조7000억원으로 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1058조1000억원에서 1095조원으로 3.5% 늘어난 데 비해 증가율이 높았다.
5대 은행으로 범위를 좁히면, 지난해 기업대출이 832조6000억원에서 888조2000억원으로 6.7% 느는 동안 가계대출은 694조7000억원에서 694조4000억원으로 오히려 소폭 줄었다. 더구나 올해 들어서는 이런 차이가 한층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한은은 지난달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이 한 달 새 8조원 증가했으며, 이는 2월 기준으로 2021년(+8조9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 증가 폭이라고 지난 13일 밝힌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을 강하게 억제하니 주요 은행들이 그 대신 기업대출을 늘려 이자이익을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라며 “기업대출 건전성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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