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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지역 투자자들이 보유한 한국 상장채권이 최근 2년 사이 60% 이상 늘어 3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부터 이어진 강(强)달러 기조로 인해 환차익을 노린 미국계 자본이 대거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2010년대 후반부터 한국 상장채권 시장에서 세를 늘리던 중국계 자본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상장채권은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채권을 말한다. 외국 자본들은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을 살 때 상장채권 시장을 주로 활용한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미주 지역의 한국 상장채권 보유액은 28조 295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33.3% 늘어난 액수며 2년 전과 비교하면 63.9%나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채권 중 미주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놓고 봐도 증가 추세가 두드러진다. 미주 지역은 2022년 2월 당시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액 중 7.8%의 점유율을 차지했는데 2023년 2월엔 9.6%로 확대됐다가 지난달엔 11.4%까지 증가했다.
증권가에선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미국계 자본이 국내 상장채권 시장에서 투자액을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2022~2023년엔 환 스와프 등 만기가 짧은 차익거래 자금이 많이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며 “2023~2024년엔 한국 보험사들이 필요로 하는 채권선도거래를 외국계 회사들이 많이 했는데, 이 과정에서 30년물 초장기채권 수요 등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시아 지역의 상장채권 보유액은 증가세가 다소 둔화한 모습이다. 2022년 2월 102조 40억 원에서 지난달 117조 3950억 원으로 15.1% 늘어나 미주(63.9%)보다 증가세가 덜했다. 전체 외국계 상장채권 보유액 중 아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6%에서 47.2%로 1.2%포인트 확대된 데 그쳤다.
그간 외국계 국고채·통안채 투자를 아시아계가 주도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이례적이다. 실제로 2016년 말 35조 1660억 원이었던 아시아 지역 상장채권 보유액은 2021년 9월 말 2.7배나 늘며 94조 6510억 원까지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미주 지역이 62.9%, 유럽이 84.5%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세가 뚜렷했다.
중국의 국고채·통안채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시장에선 중국이 아시아계 상장 채권 중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추정해왔다. 환율 측면에서 봤을 때 원화와 위안화 간 동조성이 높은데다 신용등급도 준수해 중국 중앙·국책은행이 외환 보유액을 관리하기 위한 투자처로 한국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한국과의 외교 관계를 염두에 두고 원화 표시 국고채 매입을 늘렸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기가 나빠진 가운데 한중 관계도 기존에 비해 좋지 않은 상황이라 투자액을 늘릴 유인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위안화 약세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 연구위원은 “아시아 지역 상장채권 보유액에서 인도·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편 지난달 유럽의 상장채권 보유액은 1년 전보다 3.7% 늘어난 69조 8750억 원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상장채권 보유액 중 28.09%에 달하는 액수다. 중동 지역은 11.7% 늘어난 13조 7000억 원으로 집계돼 전체 외국계 보유액 중 5.51%를 차지했다. 케이먼 군도 등 조세 회피지역의 경우 6% 감소한 6790억 원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기준 외국계 투자자들이 보유한 상장채권 액수는 총 248조 7620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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