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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가 코로나19 여파 등을 고려해 최근 3년 간 동결해온 수도요금을 이달부터 인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3월 고지분부터 월 15t 기준 기존 1만3160원의 수도요금이 1만6370원으로 인상돼 약 24.4% 인상됩니다. 대전시도 연초 시내버스 요금을 1500원으로 250원 올렸고, 대구 시내버스·도시철도 요금도 125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됐습니다.
정부가 4월 총선을 앞두고 공공요금 인상을 틀어 막고 있지만 지자체 마다 버스·택시·지하철·전기·수도 할 것 없이 더이상 버틸 수 없다는 식입니다. 32년만의 최대 폭등을 기록한 과일값으로 이미 고삐가 풀린 물가가 총선 이후 공공요금 억제 기조까지 느슨해질 경우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정부의 핀셋대책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3%대를 다시 돌파한 만큼 물가 불안이 잦아들 때까지 당분간 주요 기관이 고통 분담에 나서고 정부는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월 공공서비스 물가는 1년 전 보다 2.0%올랐습니다. 1월에도 2.2%가 상승해 2021년 10월 6.1%가 오른 뒤 27개월 말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정부·지자체의 직간접적인 통제를 받는 공공서비스 물가는 통상 0~1%내외에서 소폭 등락하는 게 일반적인데, 2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한 것입니다. 실제 2월 물가 기준 공공서비스에 속하는 시내버스료(11.7%), 택시료(13.0%)을 비롯해 전기료(4.3%), 도시가스(5.6%), 지역난방비(12.1%), 상수도료(2.7%)까지 1년 새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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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4월 총선을 의식해 인상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지자체가 언제까지 버틸지 미지수입니다. 서울시의 경우 7월부터 지하철 요금을 150원 인상하기로 이미 예고한 상태입니다. 경기도 역시 공공요금 인상을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갔고, 관련 용역을 마친 제주는 상반기 중 공용요금 인상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국제유가도 복병입니다. 지난해 5월을 마지막으로 추가 인상이 없었던 전기·가스요금은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킬로와트시(㎾h)당 5원 이상의 전기요금이 오를 경우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이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심의관은 “중동 지정학적 불안과 산유국 감산 등의 영향으로 앞으로 공공요금 상승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정부는 엇박자 행보도 물가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물가평가 우수지자체에 인센티브를 공언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운임·요율 등 조정요령 개정안을 통해 ‘심야시간대’ 할증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심야 시외·고속버스는 모두 20% 내에서 요금을 할증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배귀희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무작정 요금동결을 유지할 경우 부작용을 유발할 수 밖에 없다”며 “요금 정상화와 함께 서민대책을 준비하는 핀셋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을 했습니다. 수도요금을 인상한 춘천시가 대표적인데요. 춘천은 차상위 계층까지 요금 감면 대상을 확대해 요금 인상과 서민대책을 병행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물가 관리가 막바지 단계인 ‘라스트 마일’에 진입한 만큼 요금 정상화 시점 분산과 고통 분담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요금 인상에 따른 서민 지원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과일값이 치솟고 있는 만큼 공공요금은 인상 시점을 적절히 분배하는 등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는데요. 현재 사과 값만 문제가 아니라는 게 포인트입니다. 4월 이후 줄줄이 인상될 공공요금이 지난해 난방비 사태만큼 서민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이미 나온 만큼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쏙쏙통계’는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의 ‘속’ 사정과 숫자 너머의 이야기를 ‘쏙쏙’ 알기 쉽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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