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위클리 건강] “불면증에 쓰는 디지털치료제…병의원 확산 ‘거북이 걸음'”

연합뉴스 조회수  

허가 1년 지나 비급여 처방 시작…”환자 접근성에 걸림돌 있는지 살펴야”

디지털치료제의 장점
디지털치료제의 장점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신재용 교수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만성 불면증을 앓고 있는 40대 여성 A씨는 5년 전부터 수면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직장 내 스트레스에 가족 관계의 악화까지 겹치면서 불면 증상이 더욱 심해져 가끔은 술을 마셔야 잠을 청할 수 있을 정도였다. 2년 전부터는 수면제에 의존해왔지만,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이런 A씨에게 지난 1월 디지털치료제를 새롭게 처방했다. 그는 앞으로 6주 동안 모바일 앱을 통해 매일 수면 일기를 기록하고, 주간 수면 효율에 따른 맞춤형 수면시간(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을 처방받게 된다. 또한, 앱을 이용해 수면 습관 교육, 이완 요법, 수면에 대한 잘못된 생각 교정(인지치료) 등이 이뤄진다.

디지털 치료제(치료기기)란 기존 약물치료를 대신해 디지털 소프트웨어(앱)라는 새로운 수단으로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는 것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의사의 처방으로 환자에 대한 치료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디지털 헬스케어와는 차이가 있다.

이런 디지털치료제는 미국에서 2018년 가장 먼저 개발돼 상용화된 후 유럽 등지에서 개발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0년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 의료기기지원법’이 마련되면서 만성 불면증을 적응증으로 한 2개 제품이 지난해 2월과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디지털치료제로 각각 허가받아 현재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에서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

A씨처럼 수면제 등의 약물에만 의존해 온 환자 입장에서는 이제 모바일 앱을 이용해 증상을 개선할 수 치료 옵션이 추가된 셈이다.

디지털치료제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의약품과 달리 독성이나 부작용이 거의 없고, 모바일 앱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도 저렴하다는 점이다.

대한디지털치료학회 강재헌 회장(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지난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공동 주최로 열린 ‘메디컬 코리아 2024, 디지털 치료제의 현재와 미래’ 심포지엄에서 “환자에게 충분한 교육과 상담을 제공하기 힘든 국내 의료환경에서 디지털치료제가 치료 성적을 크게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성질환 유병률과 이로 인한 사망률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디지털치료제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중증질환으로의 악화를 막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강 회장은 “만성질환자 상당수가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약 복용 수와 양이 많아지고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과를 밟게 되는 경우가 흔한데도 의료진이 체중, 혈압, 혈당 등을 수시로 체크하고 상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이런 환자들에게 디지털치료제를 처방하면 진료와 다음 진료 사이의 기간에 가정에서 모니터링, 관리, 교육이 지속됨으로써 생활습관 교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국민 10명 중 1명이 진단될 정도로 흔한 불면증의 경우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인지행동치료이지만, 환자가 매주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등 접근성의 문제로 많은 환자가 진료받기 힘든 점을 디지털치료제가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치료제의 현재와 미래' 심포지엄
‘디지털 치료제의 현재와 미래’ 심포지엄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공동 주최로 열린 ‘메디컬 코리아 2024, 디지털 치료제의 현재와 미래’ 심포지엄에서 대한디지털치료학회 강재헌 회장(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이 발표하고 있다.[보건산업진흥원 제공]

하지만 디지털치료제는 이 같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식약처 첫 허가를 획득한 후 1년여가 지나도록 다음 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식약처에서 임상시험계획이 승인된 국내 디지털치료제가 30여개에 달하는 점으로 볼 때 디지털치료제 시장이 기대만큼 크게 확산하지 못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의료계에서는 임상 및 허가에 이르는 시장 진입과 안정성·효용성 검증의 어려움, 보험과 지불 문제 등을 디지털치료제 확산의 걸림돌로 거론한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신재용 교수는 “임상연구를 허가받는 디지털치료제 품목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업체, 병원, 환자, 규제 기관이 제품의 실질적인 활용에 대해 함께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디지털치료제 시장이 커가려면 무엇보다 치료 효과에 대한 확신을 바탕에 둔 처방이 늘어나야 하지만, 허가받고도 장기간의 비급여 처방 후 다시 신의료기술 평가와 건강보험 급여 등재까지 거쳐야 하는 시장 진입 과정 등이 디지털치료제의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는 “디지털치료제가 국내에서 확산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제품조차도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는 아직 처방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모바일 앱을 이용하는 디지털치료제의 특성상 기존 약물들과 달리 큰 부작용이 생기기 어려운 점 등을 우선 고려함으로써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처방이 늘어나도록 해야 시장에 빨리 안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재헌 회장은 “미국이 민간 보험회사의 보장·급여 중심으로 디지털치료제의 개발과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면, 유럽은 보건당국의 급여 심사와 결정에 따른 공적 건강보험이 중심”이라며 “국내에서도 개발업체와 임상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이 머리를 맞대 디지털치료제를 제대로 쓸 수 있는 국내 보험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io@yna.co.kr

연합뉴스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AI 추천] 랭킹 뉴스

  • 尹대통령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교육·노동·복지 등 사회부처 이끌게 할 것”
  • 구글, 보급형 스마트폰 '픽셀 8a' 공식 출시
  • 좌초됐던 호남권 첫 코스트코 익산 유치, 어떻게 가능했나?
  •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공장 만든다...900억원 투자
  • 현대차 美 합작사 모셔널, 인력 줄이고 자율주행 상용화도 연기
  • ‘나혼산’ 안재현+안주=76.55kg, 다이어트 시작 “결전의 날이 왔다"

[AI 추천] 공감 뉴스

  • 윤 대통령 "국민소득 5만달러 꿈 아냐…복지·시장정책 하나로"
  • 현대차 美 합작사 모셔널, 인력 줄이고 자율주행 상용화도 연기
  • “지금이 구매 적기라는 현대 자동차의 파격 할인 차량은?!”
  •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리트 높아지는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 KAMA, '제21회 자동차의 날' 개최…“中 대응 미래차 전환 서두르자”
  •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공장 만든다...900억원 투자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야들야들! 적당한 기름기와 부드러운 식감, 인생 수육 맛집 BEST5
  • 그대로 먹어도, 비벼 먹어도 맛있는 육회 맛집 BEST5
  • 바삭 촉촉! 씹을 때마다 진한 맛을 내는 북경오리 맛집 BEST5
  •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야식의 대명사, 치킨 맛집 BEST5
  • 홍은철·조관우·안상태…’베테랑2’의 숨은그림찾기
  • 배우 최수영·공명, 부산국제영화제 피날레 장식
  • [인터뷰] 사카구치 켄타로 “5년간 한 사람만? 나라면…”
  • ‘전, 란’부터 ‘하얼빈’까지…이제 박정민의 시간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이런 남편 또 없나요” … 장모님과 단둘이 잘 자고 잘 노는 개그맨

    연예 

  • 2
    저염식만 먹어봤다는 조카들에게 떡볶이 사준 조우종

    뿜 

  • 3
    생방송 중 동료 암살 시도한 여자 레전드.

    뿜 

  • 4
    중심 잡기의 달인

    뿜 

  • 5
    군대 활동복 변천사

    뿜 

[AI 추천] 인기 뉴스

  • 尹대통령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교육·노동·복지 등 사회부처 이끌게 할 것”
  • 구글, 보급형 스마트폰 '픽셀 8a' 공식 출시
  • 좌초됐던 호남권 첫 코스트코 익산 유치, 어떻게 가능했나?
  •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공장 만든다...900억원 투자
  • 현대차 美 합작사 모셔널, 인력 줄이고 자율주행 상용화도 연기
  • ‘나혼산’ 안재현+안주=76.55kg, 다이어트 시작 “결전의 날이 왔다"

지금 뜨는 뉴스

  • 1
    귀여운 담비가 지팡이 짚고 일어선 이유는 '딱 4글자'고,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광경이지만 금요일 힐링 제대로다

    뉴스 

  • 2
    [22대 정무위가 뛴다] 野 박상혁 “尹정권 곳곳에 뉴라이트 인사… 국감서 점검할 것”

    뉴스 

  • 3
    서원의 가치 재발견! 장성 필암서원 ‘선비축제’ 주목

    뉴스 

  • 4
    박충권 “생활용품으로 둔갑한 몰카, 온라인 쇼핑몰서 버젓이 판매”

    차·테크 

  • 5
    '편스토랑' 김재중, 미래 아내에게 신신당부 "언젠가는 나타나줘"

    연예 

[AI 추천] 추천 뉴스

  • 윤 대통령 "국민소득 5만달러 꿈 아냐…복지·시장정책 하나로"
  • 현대차 美 합작사 모셔널, 인력 줄이고 자율주행 상용화도 연기
  • “지금이 구매 적기라는 현대 자동차의 파격 할인 차량은?!”
  •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리트 높아지는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 KAMA, '제21회 자동차의 날' 개최…“中 대응 미래차 전환 서두르자”
  •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공장 만든다...900억원 투자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야들야들! 적당한 기름기와 부드러운 식감, 인생 수육 맛집 BEST5
  • 그대로 먹어도, 비벼 먹어도 맛있는 육회 맛집 BEST5
  • 바삭 촉촉! 씹을 때마다 진한 맛을 내는 북경오리 맛집 BEST5
  •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야식의 대명사, 치킨 맛집 BEST5
  • 홍은철·조관우·안상태…’베테랑2’의 숨은그림찾기
  • 배우 최수영·공명, 부산국제영화제 피날레 장식
  • [인터뷰] 사카구치 켄타로 “5년간 한 사람만? 나라면…”
  • ‘전, 란’부터 ‘하얼빈’까지…이제 박정민의 시간

추천 뉴스

  • 1
    “이런 남편 또 없나요” … 장모님과 단둘이 잘 자고 잘 노는 개그맨

    연예 

  • 2
    저염식만 먹어봤다는 조카들에게 떡볶이 사준 조우종

    뿜 

  • 3
    생방송 중 동료 암살 시도한 여자 레전드.

    뿜 

  • 4
    중심 잡기의 달인

    뿜 

  • 5
    군대 활동복 변천사

    뿜 

지금 뜨는 뉴스

  • 1
    귀여운 담비가 지팡이 짚고 일어선 이유는 '딱 4글자'고,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광경이지만 금요일 힐링 제대로다

    뉴스 

  • 2
    [22대 정무위가 뛴다] 野 박상혁 “尹정권 곳곳에 뉴라이트 인사… 국감서 점검할 것”

    뉴스 

  • 3
    서원의 가치 재발견! 장성 필암서원 ‘선비축제’ 주목

    뉴스 

  • 4
    박충권 “생활용품으로 둔갑한 몰카, 온라인 쇼핑몰서 버젓이 판매”

    차·테크 

  • 5
    '편스토랑' 김재중, 미래 아내에게 신신당부 "언젠가는 나타나줘"

    연예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