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분쟁조정기준이 공개되면서 은행들이 대규모 배상액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에선 H지수 ELS 손실규모가 5조8000억원으로 가정하면 배상비율에 따라 배상규모는 1조원에서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조정기준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배상기준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재무 영향 등도 고려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들의 자본비율이 안정적인 수준이라 손실 배상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금융권에선 수수료 수익 감소와 실적 불확실성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조 단위 배상…자본비율 영향 불가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선 H지수 ELS 배상 규모는 1조원에서 많게는 2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H지수 ELS 손실 규모를 5조8000억원 정도로 가정하고 최소 배상비율 30%를 적용, 투자자 고려요소 중 가산요인 10%포인트를 반영해 배상비율이 40%라면 은행권 배상규모는 1조9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KB국민은행이 약 1조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3200억원과 1900억원 수준이 예상된다. NH농협은행도 3000억원 규모의 배상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손실부담 규모를 확정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작년 말 기준 국내은행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4.05%로 규제 수준을 크게 웃돌고 수익성도 견조해 분쟁조정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은행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지주들은 지난해부터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책 기준이 되는 CET1비율 관리에 주력해왔다. KB금융 작년 말 기준 CET1비율은 13.58%, 신한지주는 13.13%를 기록했다. 하나금융과 NH농협금융도 각각 13.22%, 12.88%를 기록했다.
재무안정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비율)도 KB금융 16.71%,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은 15.9%와 15.65%를 기록했다. NH농협금융은 15.87%이다.
이처럼 규제 기준을 크게 웃도는 안정적인 자본비율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 H지수 ELS 손실 배상을 통해 숫자에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다르겠지만 손실 배상이 진행되면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자본비율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숫자가 얼마나 떨어질지는 배상 비율이 확정된 후에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불확실성 확대 우려
이번 H지수 ELS 사태로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수수료 수익 대다수를 차지하는 신탁 판매에 적극 나서기 어려워지는 까닭이다.
설용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전반적인 투자상품 판매 위축, 자산관리 관련 손익 감소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손실 배상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DLF 사태와 달리 이번 H지수 ELS는 만기 도래 시점이 투자자별로 상이해 손실이 확정되는 시점이 다양한데다 규모도 크기 때문이다. 투자자와 분쟁조정을 통해 사적화해(배상)를 이루는 시점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손실 관련 부채를 대규모로 인식하기보다 배상이 이뤄지는 시점에 영업 외 비용으로 실적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매 분기마다 금융사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손실 배상은 한 번에 비용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배상이 이뤄질 때마다 일회성 비용으로 실적에 반영해야 한다”며 “배상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당분간 분기마다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전보다 변동성이 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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