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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엘리엇’에 덴 가슴 쓸어내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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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배당금, 자사주 매입 등 안건을 두고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연합과 맞붙은 정기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했다. 2015년 옛 제일모직(존속법인, 합병 후 삼성물산으로 사명 변경) 합병 주총 때처럼 임직원들이 소액주주 동의서 확보까지 해가며 거둔 성과다.

삼성물산은 15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열린 제60기 정기 주주총회 결과 소수주주 제안 배당안과 자사주 취득 안건이 부결되고 삼성물산 이사회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주주총회 주요안건 및 행동주의펀드 요구 안건/그래픽=비즈워치

행동주의펀드와 표 대결, 결과는 삼성 ‘대승’

주총에 앞서 삼성물산 이사회는 보통주 1주당 2550원, 우선주 1주당 2600원의 현금배당을 제시했다. 반면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 펀드 연합은 보통주 1주당 4500원, 우선주 4550원 배당을 요구했다. 

삼성물산 이사회 안의 현금배당 규모는 4173억원, 행동주의 펀드 요구는 이보다 76.5% 많은 7364억원 규모였다. 여기에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요구까지 합치면 총 1억2000만원이 넘는 규모다.

표 대결 결과 이사회 안건이 의결권 있는 주식 77% 찬성으로 채택됐다. 행동주의 펀드 배당 확대안은 23%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상으로 삼성물산이 우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3.63%에 달하는 데다, 백기사로 불리는 KCC 지분 9.1%를 더하면 이미 40%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물산 지분 7.01%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주총 하루 전인 지난 14일 주주제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다만 주주제안도 소수주주 23%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일명 ‘울프팩(wolf pack, 늑대 무리)’ 전략을 구사한 행동주의 펀드 연합이 보유한 지분율은 1.46%였다. 행동주의 펀드는 이메일을 통해 소액주주들로부터 의결권 위임을 받았고 이에 동조한 상당수 주주들이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 주총은 시작부터 주가나 배당과 관련한 소액 주주들의 항의성 질의가 이어지면서 의사진행이 늦어지기도 했다. 

9년 만의 주주제안, 23%의 의미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 삼성물산 주총에 오른 것은 9년 만이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합병 안건을 두고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주도로 반대안이 올랐던 이후다. 삼성물산은 당시 합병 찬성을 호소하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냈고, 임직원을 동원해 직접 소액주주 의결권 모으기에도 나서 공격을 방어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주총을 앞두고고 임직원들이 일정 규모 이상의 의결권을 쥔 소액주주들을 직접 방문해 이사회 안 찬성 위임장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표결 대응에 나섰다. 이번 주주제안 역시 배당이나 주가 부양 측면에서 주주들에게 유리한 점이 있는 만큼 표결 시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던 탓이다.

제안 통과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23%나 되는 주주가 주주제안에 동조한 것은 과거 합병 이후 주주들의 불만이 쌓여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합병 이후 주가 흐름도 지지부진한 만큼 주주제안처럼 배당 규모라도 늘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지난해 엘리엇이 합병에 한국정부가 관여했다며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상설중재재판소에 낸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 판정에서는 한국정부가 약 1300억원(5358만달러+지연이자, 분쟁비용 등 포함)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또 이 판정 과정에서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주식매수청구가격소송과 관련, 삼성물산이 이를 취하하는 것을 대가로 약 724억원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삼성물산 주식 토론방에서는 “삼성물산을 도왔던 일반주주들은 주가부양과 배당금만 기다리고 있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사진)은 “올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할 것”이라며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사업모델을 고도화하고 혁신 기술을 발굴해 나감과 동시에 디지털·콘텐츠·서비스 경쟁력 향상을 통해 핵심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건설경기가 악화하는 상황 속에 건설 부문과 관련해서는 “모듈러, 그린 수소 분야에서의 차세대 기술 확보로 생산성 향상과 상품 차별화를 추진하는 한편, 사업 모델 확장을 통해 고수익 사업 구조로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에너지솔루션, 스마트시티, 홈플랫폼 신사업 분양의 조기 성과 창출로 미래 성장을 준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비즈워치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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