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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지방의 후분양 아파트 단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서울에선 고분양가에도 ‘완판'(100% 계약 완료)이 이어지고 있어 더 높은 분양가 책정을 위해 후분양에 나서는 곳이 늘고 있다. 반면 지방 단지들은 ‘미분양 공포’에 떨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나아지기만을 기다리며 분양 시기를 미뤘지만, 입주 일정이 다가오면서 불경기에도 분양에 나설 수 밖에 없어서다.
15일 부동산R114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분양이 계획이 된 아파트 물량은 총 4만5359가구다. 이 중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1만8792가구가 쏟아진다. 분양 물량 10건 중 4건 이상이 강남3구에 몰려 있다. 후분양 단지의 증가가 이유로 꼽힌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원펜타스’는 다음 달 분양 예정이다. 오는 6월 입주 예정으로, 입주를 불과 2개월여 앞둔 채 일반분양이 진행된다.
서초구 방배동 방배5구역을 재건축하는 ‘래미안 원페를라’는 오는 5월 분양한다. 내년 11월로 잡힌 입주일을 1년 반 정도 앞두고 일반분양에 나서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 강남구 ‘청담르엘’도 2021년 착공 후 3년만인 올해 분양한다.
업계에서는 재건축 조합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후분양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3구와 용산구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고 있어 조금이라도 분양 시기를 늦춰 늘어난 공사비를 일반분양가에 반영해 가격을 높여보자는 의도라는 것이다.
고분양가에도 완판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후분양 단지 증가 이유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트리니원’은 당초 연내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내년으로 분양 시기를 늦췄다. 이에 이 아파트 분양가는 역대 최고가인 3.3㎡당 1억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지방은 미분양 우려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2000여 가구로, 대부분이 지방에 몰려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올해 정비사업을 통해서만 지방에서 5만8323가구가 분양된다. 사업 주체인 조합이 그간 경기가 좋지 않아 분양 일정을 늦췄지만, 공사비 급등에 더 이상 공급을 미룰 수 없어 ‘밀어내기’ 분양에 나선 것이다.
이렇다 보니 미분양 적체 우려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전국 미분양 물량의 20%가량이 쏠려 있는 대구에서는 올해 초 후분양 단지가 첫 청약에 나섰지만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달 분양한 서구 ‘반고개역 푸르지오’의 경우 특별공급 114가구 모집에 단 1명만이 접수했다. 239가구 모집의 일반 공급에도 8명만 청약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의 경우 분양시장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고 그동안 공급도 많이 이뤄져 미분양 물량은 당분간 증가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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