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사업) 절차를 진행 중인 태영건설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다만 태영건설과 주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은 워크아웃 절차에 따른 불가피한 발생이라며 워크아웃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PF 사업장 예상손실 반영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562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지난 2022년 1조186억원 대비 1조6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자산(5조2803억원)보다 부채(5조8429억원)가 많은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태영건설 측은 공시를 통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들의 예상 결손 및 추가 손실 충당을 반영한 결과라며,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손실을 지난해 결산에 한꺼번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PF 사업장의 우발채무는 대주단 등 이해관계자들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장별 정상화 방안을 확정하는 과정을 통해 이번 결산 결과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자본잠식 상태가 되면 유가증권시장 공시 규정(제40조)에 따라 주식 매매가 중지된다. 이번 자본잠식으로 태영건설 주식도 이날부터 거래가 중단됐다.
한편 태영건설은 지난해 사업연도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일인 다음달 1일까지 자본잠식 해소 사실 입증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상장폐지에 대해서는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최종 감사 의견 결과에 따라 확정 여부가 결정된다.
감자, 출자전환 등으로 경영 정상화한 사례는
상장회사에서 50%의 자본잠식 상태가 2년 연속 발생한다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다. 따라서 워크아웃 진행 중인 기업은 부채를 주식, 즉 자본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통해 재무구조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예컨대 지난 2019년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 부실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한진중공업은 거래가 정지됐고, 상장폐지 경고를 받았다. 이에 채권단이 68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실시, 최대 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와 조남호 회장 지분을 전량 소각하고, 기타 주주 지분은 5분의 1로 감자를 단행했다. 이로써 자본금이 기존 5303억원에서 727억원으로 줄어든 대신 자본잠식률을 46.9%로 만들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금호산업 역시 대우건설 인수 추진에 대한 부담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지난 2009년 워크아웃을 신청한 바 있다. 출자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상장이 폐지될 수 있었다. 이에 금호산업 채권단은 차등 무상감자, 출자전환 등을 포함한 워크아웃 방안을 마련해 경영 정상화에 나섰었다.
업계는 태영건설 역시 채권단 실사를 마친 뒤 윤석민 회장과 티와이홀딩스 등 태영그룹이 보유한 태영건설 지분에 대해 감자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권단이 보유한 채권을 태영건설 지분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도 자본잠식 해소 방안으로 거론된다. 태영건설 역시 해당 안을 통한 경영 정상화 노력 및 워크아웃 졸업 의지를 밝혔다.
미뤄진 기업개선계획 제출기한…워크아웃 이상 없어
한편 산업은행은 당초 워크아웃 개시 3개월 후인 다음 달 11일에 기업개선계획을 의결하기로 했지만, PF 대주단이 제출한 사업장 처리 방안을 분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실사법인의 요청에 따라 기한을 최대 1개월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협의회는 실사법인이 수행한 실사 결과를 토대로 태영건설의 정상화 가능성을 평가하고,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자본잠식을 해소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확충 방안을 포함한 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산은은 “거래정지 및 상장폐지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기업개선계획이 의결될 경우 자본확충 등 정상화 방안을 신속하게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본잠식과 이에 따른 거래정지, 그리고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워크아웃의 정상적인 진행에는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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