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통계법 위반 혐의…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 포함
“국정 과제였던 주택‧일자리‧소득 통계 왜곡해 홍보 활용”
장하성‧이호승 전 실장 등 무혐의…22명 중 절반 재판행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등 국가 통계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수현·김상조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을 재판에 넘겼다.
대전지방검찰청(박재억 검사장)은 14일 국가 통계 조작 사건 관련 직권남용, 통계법 위반 혐의로 전 대통령비서실, 국토교통부, 통계청 관계자 11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주택·고용·소득 통계를 왜곡해 정부의 홍보에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 통계와 관련해서는 김수현·김상조 전 실장, 김현미 전 장관,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하동수 대통령실 국토교통비서관, 국토부 주택토지실장 2명 등 총 7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1회 국토부에만 보고하던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을 대통령실에 주 3회 미리 보고하도록 한 뒤, 변동률이 높으면 인위적으로 낮추도록 부동산원 임직원을 압박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집값 상승폭이 높아지던 2018년 1월 변동률이 최고치로 산정되자 처음으로 변동률을 조작했고, 2021년 8월까지 총 125회에 걸쳐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매매·전셋값 변동률을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기간 동안 주간 가격 상승률(12%) 실거래 가격 상승률(81%)이 큰 격차를 보이면서 혼란을 초래했고, 변동률 조사업무를 위해 2017년~2021년 투입된 국토부 예산 368억 원이 허비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또 문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일자리 통계에 대해서도 자료 내용을 바꾸도록 압박했다고 한다. 2019년 10월 비정규직 감축 등 정책에도 전년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가 약 86만 명 급증하자, 통계청은 애초 내용을 삭제하고 ‘2018년 통계와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는 문구를 넣었다.
검찰은 통계청 작성 자료는 외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음에도 당시 대통령실이 통계청 직원을 청와대로 불러 서술정보를 왜곡해 자료 작성‧배포를 지시했고, 통계청장은 직접 언론 브리핑까지 하면서 통계 의미 조작에 가담했다고 봤다.
이에 김상조 전 실장, 황덕순 대통령실 일자리수석, 이준협 대통령실 일자리기획비서관, 강신욱 통계청장이 일자리 통계 관련 직권남용‧통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소득 통계 조작 관련 홍장표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기소됐다. 문 정부는 경제 정책의 뼈대로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했지만, 2018년 1분기 가구별 소득분배 불평등이 역대 최악으로 발표되자 홍 전 수석은 통계청 직원에게 통계기초자료를 요구했다.
통계기초자료는 해당 심의위원회의 심사·승인을 받아야 하고, 개인식별정보는 제공될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로 개인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며 임의로 해석했고, 정책성과 홍보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검찰은 문 정부에서 이뤄진 3가지 주요 통계가 모두 위법하게 산정되거나, 지지율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자료를 왜곡했다고 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 통계를 정부 정책의 성적표로 치부해 입맛에 맞게 조작한 최초의 통계법 위반 사례”라고 강조했다.
다만 함께 수사 대상에 올랐던 장하성‧이호승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차영환 대통령실 경제정책비서관, 통계청‧부동산원 실무자들에 대해선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앞서 감사원은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감사를 벌여 청와대와 국토부가 최소 94회 이상 부동산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문 정부 인사 22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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