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가계대출의 가파른 증가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가계대출을 확대했던 정책금융 공급이 올해 들어 축소되고, 고금리 장기화로 신용대출 수요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높은 가계부채 비율도 완만한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 가계대출은 11조5000억원 늘었다. 2022년 6조6000억원 감소에서 증가 전환했지만, 연간 증가율은 0.7%에 그쳤다. 이는 2022년을 제외하면 관련 통계 집계(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 견인했다. 주택매매 거래량이 과거 평균을 하회할 정도로 부진했음에도 주택담보대출의 증가 규모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은 “대출 규제 완화로 차주별 대출 한도가 크게 확대됐다”며 “주택담보대출이 신용대출에 비해 대출 한도와 금리 측면에서 유리해지면서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이 확대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증가한 가계대출에서 정책금융상품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책금융상품을 통한 가계대출은 낮은 금리 수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배제 등의 이점을 바탕으로 꾸준히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전세대출은 전세가 하락으로 신규 대출 수요가 줄었고 역전세 등으로 만기 도래한 대출도 일부 상환되면서 감소했다. 신용대출은 높은 금리 수준, DSR 규제 등의 영향으로 기존 대출 상환이 이어지고, 신규 대출 수요도 위축돼 감소세가 지속됐다.
비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2022년 11월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세가 지속됐다. 상호금융 등 신용협동기구를 중심으로 줄었는데, 높은 금리 수준과 DSR 규제, 지방 부동산 경기 부진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해 가계대출 증가세는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정책금융상품 공급 규모가 지난해보다 축소된다. 정부는 올해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의 공급 규모를 지난해(59조5000억원)보다 19조5000억원 줄어든 40조원 내외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주택금융공사는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중단과 서민·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요건 강화를 통해 지난해보다 공급을 축소하기로 했다. 주택도시기금은 신생아 특례대출을 추가 출시하면서 공급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전세대출 수요도 역전세 상황이 점차 완화되면서 다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신용대출은 여전히 높은 금리를 감안할 때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분석된다.
올해 비은행권의 가계대출도 크게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누적된 미분양 물량 등을 고려할 때 지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고, 고금리와 DSR 규제 등의 영향도 계속될 것으로 분석되면서다.
한은은 “가계대출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금융권 가계대출은 당분간 낮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에 따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완만하게나마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향후 주택시장의 전개 양상 등 가계대출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여건들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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