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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의 집수다] 임대차2법 4년…① 재계약 절반이 갱신권 썼다

연합뉴스 조회수  

임대차2법 시행에 전셋값 폭등후 급락…역전세난·전세사기 등 부작용

2021년 6월 이후 전국 주택 전월세 갱신계약의 49.2%가 갱신권 사용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폐기 수준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한 계약갱신청구권(갱신요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오는 7월 말이면 시행 4년을 맞는다.

이들 임대차 2법은 시행 초기 전셋값 폭등으로 가져왔다. 이후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임차인 주거 안정이라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임대차 2법 시행 4년이 임박하며 본격적인 제도 개선 마련에 착수했다.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준비없이 시행된 임대차2법…전세·매매가격 끌어올려

시장의 우려 속에 2020년 7월 31일 시행된 임대차 2법은 임대차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 번의 계약으로 4년이 묶이고, 가격 인상률은 5% 이내로 제한된다는 불안감에 4년 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받으려는 집주인들로 인해 전세 물건은 감소하고 전셋값은 폭등했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2020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임대차 2법 시행이 예고된 7월부터 1%대 상승을 보이기 시작해 연간 12.25% 올랐고, 2021년에도 11.86%가 상승했다.

전국 기준으로도 2020년 7.52%, 2021년은 12.01%가 뛰며 전국이 전세 문제로 들끓었다.

전셋값 폭등 속에 임차인의 갱신권 사용을 막으려는 집주인은 직접 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을 내쫓기도 하고, 5% 상한제를 피해 전셋값 인상분을 관리비에 전가하는 ‘꼼수’ 계약이 성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임차인과 임대인 간 임대차 분쟁도 확산됐다.

전셋값 상승은 저금리 기조에서 갭투자 수요 증가로 이어지며 매매가격까지 끌어올렸다.

KB국민은행 조사 기준 2019년 2.91% 상승에 그쳤던 서울 아파트값은 2020년 13.06%, 2021년에는 16.40% 급등하며 곳곳의 아파트들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정부가 코로나 이후 계속된 저금리 기조를 깨고 물가상승과 가계부채 관리 등을 위해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서고, 시중은행이 전세자금대출까지 대출을 옥죄면서 전셋값은 폭락하기 시작했다.

임대차법 시행 직후 2년간 치솟았던 가격 거품이 일시에 꺼졌고, 그로 인해 ‘깡통전세’와 역전세난이 확산했다.

유례없이 단기간에 전셋값이 급등락하면서 전세사기 피해도 속출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전세사기의 원인으로 민간임대주택 등록제도 활성화, 수도권 아파트 가격 급등에 따른 빌라 신축 활성화, 전세자금 대출 확대 등과 함께 임대차 3법을 꼽은 바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전셋값이 급등하자 빌라(다세대·연립) 등을 신축해 중개인들과 짜고 높은 보증금을 받아 챙긴 ‘건축왕’부터 바지(가짜) 임대인을 내세워 전세 보증금 가로채기를 한 ‘빌라왕’까지 사기성 계약이 증가했다.

이후 전셋값 폭락으로 20∼30대 청년들의 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확산했고, 일부 보증금을 날린 임차인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이 시행된 후 9개월간 피해지원위원회에서 최종 의결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총 1만2천928명에 이른다.

정부는 앞으로 피해자 규모가 최대 3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대학교수는 “역전세난과 전세 보증금 사고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사회문제로 비화된 것은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으로 정상적인 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게 된 영향이 크다”며 “과도한 전세대출과 전세보증제도도 원인 제공을 했으나 예측불가한 정부 정책으로 시장이 왜곡된 것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와 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당초 피해 임차인의 주거 안정 방안 위주의 지원책에서 최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주택을 감정가에 협의 매수해주는 등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모색중이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시점에 야당이 임차인의 피해 보증금 일부를 정부가 먼저 갚아주는 ‘선(先)구제·후(後)회수’ 방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면서 피해자 구제 방안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28일 오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위원회 측은 이날이 전세사기 첫번째 피해자가 세상을 떠난 지 1주기가 되는 날이라며 피해자를 위한 조속한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24.2.28 ksm7976@yna.co.kr(끝)

전세사기 특별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28일 오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위원회 측은 이날이 전세사기 첫번째 피해자가 세상을 떠난 지 1주기가 되는 날이라며 피해자를 위한 조속한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24.2.28 ksm7976@yna.co.kr

◇ 전국 갱신계약 절반이 갱신권 사용…”임차인 주거안정 효과”

임대차 2법은 뒤에 역전세 등 부작용도 있었지만, 임차인 보호 수단으로 정착돼 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연합뉴스가 전월세 신고제 시행 이후 2021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를 분석한 결과, 계약 유형(갱신·신규) 분류가 가능한 총 495만8천건의 계약 중 기존 집주인과 임대기간을 연장한 갱신계약은 103만5천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경우는 50만9천건으로, 갱신계약의 49.2%를 차지했다.

갱신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의 절반이 5% 안팎으로 임대료 인상 폭을 낮춰 재계약을 맺은 것이다.

전체 전월세 계약 대비로는 10.3%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중 수도권의 경우 갱신계약(83만건)에서 갱신권 사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49.7%(41만3천건)를 차지했다.

조사 기간 수도권 전체 전월세 계약 건수(351만6천건)의 11.7%가량이 갱신권을 쓴 것이다.

특히 임대차 2법 시행 후 전셋값 상승 폭이 컸던 서울은 갱신계약(38만3천건) 가운데 갱신권 사용 비중이 50.7%(19만4천건)로 절반을 넘었다. 서울 전체 전월세 계약건수(163만건)의 11.9%에 달한다.

지방은 갱신권 사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조사 기간 지방의 전월세 갱신계약(20만5천건) 중 갱신권을 사용(9만6천건)한 비중은 46.8%였다. 전체 계약(144만2건)의 6.7% 수준이다.

갱신권 사용 비중은 전셋값이 안정되며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전셋값이 급등했던 2021년 6∼12월 전국 주택 전월세 갱신계약 중 갱신권 사용 비중은 63.9%에 달했고, 2022년 상반기에도 61.3%가 갱신권을 썼다.

부동산R114 윤지해 리서치팀장은 “전월세 신고제 시행 전이라 수치 파악이 불가능하지만, 2020년 7월 말 임대차 2법 시행 직후부터 2021년 상반기의 갱신권 사용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고금리 등의 여파로 전셋값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갱신권 사용 비중이 53.9%로 감소했고,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문제가 심화한 지난해 상반기는 36.1%, 하반기는 32.4%로 줄었다.

2021년 하반기와 비교해 갱신권 사용 비중이 절반으로 축소된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역전세난 이후엔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재계약을 하자고 사정해야 할 판이라 임차인은 갱신권을 쓰지 않고 아껴둘 수 있었다”며 “전셋값이 크게 올랐던 2020∼2021년에 갱신권을 썼던 계약들은 전셋값 인상률을 5%로 제한하면서 오히려 2년 뒤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부담이 줄어드는 안전판 역할도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임대차 2법이 시행 4년을 맞아 갱신권을 사용한 임차인들이 신규 전세계약으로 쏟아져 나올 경우 전세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마다 계약 만기가 다르고, 작년부터 갱신권 사용 비중도 크게 감소하고 있어 전세 시장에 큰 부담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sm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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