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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Biz] 이번엔 버블 때와 다르다?…천장 뚫은 日증시에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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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돌파한 일본 닛케이지수사진EPA연합뉴스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돌파한 일본 닛케이지수[사진=EPA·연합뉴스]

“제2의 버블이 될 것인가, 이번에는 다를 것인가”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버블(거품) 경제 시기에 기록한 종전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사상 첫 4만 선을 돌파한 가운데, 현 상황이 ‘버블 시기와는 다
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곧 있을 일본은행(BOJ)의 금융완화 정책 수정 가능성에 따라 엔화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돌이켜보면 닛케이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 불과 1주일 전인 2월 중순만 해도 일본이 독일에게 GDP(국내총생산) 3위 자리를 내주며 4위로 추락한 사실이 일본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왔다. 당시 아사히신문 등은 “독일보다 인구가 1.5배나 많음에도 3위 자리를 빼앗겼다”며 “잃어버린 30년의 저성장이 가져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달 6일에는 일본 내 생활보호 신청 건수가 지난해 7.6% 늘어 4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일본 정부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최근의 증시 강세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다.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증시도 장기간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30여 년간의 공백을 이제 겨우 메꾼 수준이라는 것이다. 지난 8일 기준 닛케이지수는 버블기 당시 최고 수준이던 1989년 말과 비교하면 겨우 2%가량 오른 셈이다.

또한 지난해 일본 기업들의 실적도 엔화 약세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으며, 닛케이지수 4만선 돌파는 미국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흐름을 이어받은 측면이 컸다. 당시 뉴욕증시에서 인공지능(AI)·반도체 업종이 상승하면서 도쿄증시도 그 영향을 받아 반도체 관련 종목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일본 증시를 ‘과열’로 보거나 ‘반도체 버블’이라고 지적할 만하다. 4만선 돌파 다음 날인 5일 아사히신문은 “특정 주식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어 위험성도 잠재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닛케이신문도 “전날 주식 시장에서 닛케이지수를 구성하는 기업 중 40%만 주가가 올랐고 나머지 60%는 떨어졌다”고 짚었다.  

실제 4일 장에서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2.37% 올랐고, 반도체 검사장비를 제작하는 어드반테스트 주가는 3.66% 뛰었다. 총 198포인트의 닛케이지수 상승분 중 두 기업이 80%가량인 160포인트를 밀어 올린 것이다.
 

버블 때와 달라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 세계가 다시 일본 증시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일본 증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현 상황은 버블 때와는 다르다’는 상반된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IT 등 최신 기술에 필수 불가결한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하며, ‘반도체 강국 부활’을 향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1988년 50%에 달했던 일본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점유율은 2022년 6%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첨단 4차 산업에서 뒤처졌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더욱이 미·중 갈등 상황 속에 대만의 반도체 공급이 중단될 경우, 일본에 엄청난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경제 안보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지난달에는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공장이 구마모토현에서 개소식을 했다. 일본 정부 주도로 대기업 8곳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설립한 라피더스는 IBM과의 인력 교류 등 미국 측 협력을 통해 최첨단인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의 반도체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홋카이도 치토세시에 수탁 생산을 위한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일본 정부는 2021년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그동안 약 4조엔(약 35조9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규슈와 도호쿠, 홋카이도를 반도체 산업의 거점 지역으로 삼고 투자유치 지원과 함께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한 산·학·관 협력 조직 설립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외에도 그간 중국 IT 관련주에 집중했던 투자자들이 중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중 대립 국면 속에 미국이 반도체 등 중요 물자 공급망을 재구축하면서 일본에 유리한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이 같은 요인들을 근거로 80년대 말 ‘매수가 매수를 부르는’ 광기에 휩싸였던 버블 당시와 지금의 상황을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중이다. 현재는 일본 기업들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투자자들도 이를 신중히 관망하며 매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마넥스 증권의 히로키 다카시 수석 전략가는 요미우리신문에 “앞으로 닛케이지수 상승은 잠시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의 휴가기인 여름 동안 하락 국면이 올 가능성이 있지만 연말에 걸쳐 다시 상승 국면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주가의 지속적인 상승의 열쇠는 임금과 물가가 함께 상승하는 선순환 구도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따라서 현재 대기업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임금 상승 움직임이 중소기업으로까지 파급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봤다.

이러한 가운데 11일에는 닛케이지수가 급락하면서 다시 버블경제 때의 최고치 밑으로 떨어진 3만8820으로 장을 마감했다. BOJ가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단 이 같은 하락은 반도체 관련주의 급상승에 대한 일시적 조정으로, 전체적인 주가 상승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여전히 건재하다. 닛케이신문은 12일 “지금까지의 상승 속도가 빨랐던 만큼 당분간은 다소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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