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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사과 값이 71% 폭등하면서 물가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식품 업체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되면 가격 담합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압박했다. 식품 업체들은 정부 시책에 가급적 협조하겠다면서도 인건비 부담에 가격 인하는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기획재정부와 서울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CJ제일제당·SPC삼립 등 19개 주요 식품 기업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적극 협조해달라”며 “주요 곡물과 유지류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가공식품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데 대해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가공식품을 포함해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생 품목과 관련한 담합 발생 가능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제보 등을 통해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될 경우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공정위를 동원할 수 있다고 시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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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격 담합까지 거론한 것은 물가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사과(후지·상품) 10㎏당 도매가격은 9만 1700원으로 1년 전(4만 1060원)보다 123.3%나 올랐다. 배 도매가격도 15㎏에 10만 원 선을 넘었다.
다급해진 정부는 식품 업체에 칼을 겨누고 있다. 과일의 경우 수입 등을 통한 공급 확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코스피 상장 식품 기업 37개사 중 23개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개선됐다”며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를 탄력적으로 가격에 반영해달라”고 재차 압박했다. 냉동 크림과 카카오 생두의 경우 할당관세를 적용해줄 예정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곡물가격지수는 113.8로, 최고점이었던 2022년 6월(173.5) 대비 34.4% 낮아졌다. 세계유지류가격지수도 최고점 대비 52.0% 떨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크게 올랐던 국제 곡물 가격이 지난해부터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매가도 낮춰야 한다는 게 농식품부의 논리다. 또 원재료 가격 급등 당시 정부가 할당관세 적용 및 연장, 면세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상향 등의 조치를 취한 만큼 이번에는 식품 기업들이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식품 가격은 전년 대비 5.4%나 뛰었다.
식품 기업들은 정부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동결이 최선이라는 분위기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물가 안정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인건비 부담 탓에 힘들다”고 말했다. 밀가루와 설탕 등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재료 값 부담이 체감상 낮지 않은 데다 생산직을 포함한 전체 임직원의 임금 인상률 역시 통상 물가 상승률보다 높다는 것이다. 라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으로 지난해 6월에 이미 한 차례 가격을 내렸다”며 “이런 부분도 감안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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