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해결 방안 과기한림원 토론회서 정부·의료계 맞서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책 목표 중 하나인 ‘필수의료 확보’ 해결책으로 정부는 의대 증원을 강조한 반면, 의료계 인사들은 증원 속도를 늦출 것을 요구하며 의료수가 인상을 언급해 평행선을 달렸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3일 오후 ‘필수의료 해결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주제로 한림원탁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성근 가톨릭대 의대 교수(위장관외과.의협 비대위 조직위원회 부위원장)는 필수의료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정부가 의료인력 확충과 지역의료 강화를 내걸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인식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김 교수는 “의료계 입장은 의료수가 정상화, 법적 부담 완화, 인력확보 정책, 취약지 의료기관 지원 확대가 필수의료 회생을 위한 선결 조건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통계청의 인구추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매년 의사 정원을 1천 명 늘리는 것을 가정해 의사 수급을 분석한 결과 2035년에는 부족하지만 2050년 이후는 부족이 완화하거나 과잉 공급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의사 수급이 부족한 비수도권에 의대 정원 확대를 국한해야 한다면서 향후 과잉 공급이 나타날 것이므로 탄력적 조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치의 제도 도입 같은 강력한 의료제도 변화를 통해 의사 공급 부족을 완화할 수 있다며 의료서비스 제공체계와 지불보상제도 등의 개편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의료제도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면 2035년 필요 의사 수가 1만명에서 2천600명으로 줄어든다”며 “추계에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의료개혁이 동반되면 (기존) 추계는 의미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 측 발표자로 나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정부가 내걸고 있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공정 보상 등 의료 개혁 4대 과제를 발표하며 내년부터 2천 명을 늘려야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의 의사 1인당 진료 건수가 2021년 6천113건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고 의대 정원 증가율도 다른 국가보다 떨어져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게 박 차관의 발표 요지다.
그는 “의사 인력도 고령화를 겪는데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전 세계 최고”라며 필수의료에서 은퇴하는 의사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박 차관은 “의사계에서 갑자기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렸다고 하는 게 가장 쇼킹한 부분”이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해 연두업무보고를 통해 처음 계획을 공개한 이후 1년여 이상 논의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자들은 정부의 의료개혁 패키지에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수가 문제 등 개선사항이 추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공정한 보상 이야기를 하는데 현재 행위별 수가체계에서 가능할 것인가 의문이고 개선책도 행위에 연결된 것으로 보면 여전히 부족하다”며 “소아과 지원을 안 하는 것은 소송 문제도 있지만 10년~20년 뒤에도 이런 체계라면 아무리 가산을 붙여도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지정토론에는 한희철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부원장,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선양 과기한림원 정책연구소장, 조동찬 SBS[034120] 의학전문기자 등이 참여했다.
한 부원장은 2025년 증원은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시작해달라는 의학한림원 입장을 다시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2026년 이후 정원은 정부와 의료계가 합동 연구해 정밀하게 추계해야 한다”며 “향후 의사 인력에 대한 독립적 연구조직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의사 인력을 결정할 거버넌스를 구축해 탄력적 조정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부원장은 정부가 논의의 장을 다시 열어 의사들이 돌아올 수 있게 하고, 의료계도 정부가 논의의 장을 열면 최선의 노력을 해 달라고 제언했다.
박 차관은 “의료는 여러 변수가 작용하는 다차원 방정식인 만큼 정부도 증원만으로 해결하겠다고 하지 않았다”며 “4대 패키지를 제시하며 제도 개선에 따라 인력도 바뀔 수 있다. 이를 점검하고 미래를 예측하면서 결정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데는 100% 공감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의대 적정 정원은 돌아오는 길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며 “정부가 5년 단기를 이야기했지만 완화해 10년 정도 걸쳐 목표를 맞추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증원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싸움이 오가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해부학 실습의 경우 기증 사체가 1년에 1천구 남짓인데 일부 대학 정원 배정을 보면 20~30명이 실습을 해야 하는 경우도 나온다”며 “사체 해부와 같은 과정은 의사가 숭고한 직업인 것을 배우는 첫 과정인 만큼 이런 고민을 교육자 입장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의대 활용 사체가 700구 정도로 200구 정도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배분 문제도 상당히 있고, 최근에는 정보기술(IT) 기반 시뮬레이션도 발달해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박 차관은 “그간 의협을 주로 파트너로 했는데 증원 논의도 평행선을 달리고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더 의료계 중지와 지혜를 모을 수 있는 논의체계를 만들어 정책을 구체화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만들고 있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위원회 출범도 속도를 내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책을 구체화하겠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정부를 나무라는 건 좋지만 환자를 등지고 나가 있는 전공의를 나무라는 소리는 별로 듣지 못했다”며 “논의를 해 보면 생각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걸 볼 수 있는데 왜 논의도 하지 않고 박차고 나가는지 의료계 내에서는 나무람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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