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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 빗겨간 우리銀, ‘리딩뱅크 탈환’ 가능성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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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리은행
사진=우리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올해 리딩뱅크 탈환을 목표로 내세운 우리은행의 ‘무모한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업계 ‘만년 4위’인 우리은행이 올해 깜짝 실적 개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콩ELS 사태를 비롯한 외부 변수에 더해 공격적 영업전략이 시너지를 낸 다는 전제에서다.

특히 우리은행이 당장 1등 탈환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기업금융, 글로벌, 자산관리 등 핵심 사업군에 힘을 주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더해 비이자 부문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조병규 행장 2년 차를 맞이한 우리은행의 흐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1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시중은행 내 4위(당기순익 기준)를 유지해 온 우리은행이 올해 뚜렷한 실적 개선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같은 전망이 우리은행의 실적 개선세보단 타 은행의 실적 감소 가능성에 집중한 해석이지만 우리은행 핵심 사업군에서의 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만큼 얼마든지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게 일각의 의견이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실적 감소 예상되는 시중은행

여전히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은행의 실적이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각 지주사인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익 합산 규모는 4조5818억원으로 예측됐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해 1분기(4조9015억원) 보다 6.5%(3197억원) 가량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리딩금융을 탈환한 KB금융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849억원) 감소한 1조4976억원을, 신한금융은 2%(274억원) 감소한 1조412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나란히 10%대 실적 감소를 보이며 각각 9872억원, 8213억원 당기순익을 기록, 1조원을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리동결 여파로 순이자마진(NIM)의 하락이 불가피한 데다, 이와 연관해 이자익도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부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의 요인이 더해지면서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 실적의 약 70~90%는 은행에서 발생한다. 비은행 부문 강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은행 실적의 개선 여부는 곧 지주사 전반의 실적 제고를 견인하는 핵심 요인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NIM의 경우, 은행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의 NIM은 모두 상반기(2분기) 대비 0.01~0.03%p 가량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금리동결 등 금리 인상 요인이 없었다는 점에서 올해 1분기에도 이같은 NIM 하락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예측한다. 자연스레 은행 실적 또한 지주사 실적과 마찬가지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10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2024 새로운 시작! 우리 고객님 자산관리 동행 세미나’를 개최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사진 =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은 10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2024 새로운 시작! 우리 고객님 자산관리 동행 세미나’를 개최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사진 = 우리은행 제공

홍콩ELS 배상, 올해 실적 ‘새로운 변수’

다만, 최근 들어 이같은 예측에 중요한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이하 홍콩ELS) 원금 손실 사태와 관련한 판매사의 배상 이슈다.

금융당국이 최근 발표한 홍콩ELS 배상 비율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별로 최대 1조원 가량의 배상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져 실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ELS 판매 잔액 중 지난 1~2월에 만기가 도래한 잔액(1조9000억원)의 절반 이상인 1조원 가량이 손실 처리됐다. 업계에서는 홍콩H지수의 극적인 오름세가 없는 한, 현재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만기가 도래하는 판매 잔액의 손실률 또한 1~2월 수준(54%)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손실률과 금융당국이 내건 기본 배상 비율(40%·최고 기준)을 고려하면 상반기에 가장 많은 규모의 배상이 예상되는 곳은 1조12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KB국민은행이다. 이어 NH농협은행이 약 3150억원 수준이 예상됐고 신한은행(2920억원), 하나은행(1600억원) 순으로 배상 규모가 클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작은 50억원 수준으로 배상액이 책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홍콩ELS 잔액은 400억원 가량으로로 5대 시중은행 전체 판매잔액(14조3000억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론 이같은 홍콩ELS 배상액이 실적에 미칠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대다수 은행이 기존에 적립한 충당금 가운데 일부를 배상액으로 활용할 전망되기 때문에 배상액 규모만큼 실적이 감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예상치 못한 배상액 이슈로 충당금이 활용될 경우 최근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금융당국의 충당금 추가 적립 압박도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미 최근 몇 년간 충당금 적립 규모가 실적 순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던 만큼 올해 실적에서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자율배상이 결정된다 해도, 배상액의 회계상 처리 시점에 따라 실적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순위에 큰 변화를 야기할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다만, 충당금 이슈 등 보수적 관점의 리스크 관리 기류에서 우리은행은 타 은행 대비 다소 자유롭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유탄 비켜난 우리銀, 실적 개선 이뤄낼까

우리은행의 실적 개선을 예상하는 이유는 비단 배상액 이슈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올해 연초까지 KB국민, 신한, 하나 등 대다수 시중은행은 금융시장 변동성 우려를 이유로 ELS상품의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현재 우리은행은 주요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ELS상품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홍콩ELS 이슈의 중심에서 다소 벗어난 데다, 실제 손실 규모도 타 은행 대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여전히 국내 투자시장에서 ELS상품은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분류된다. 많은 투자자들이 찾고 있는 ELS상품을 현시점에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정상 공급하는 셈인데, 이와 관련한 판매 수수료 등 비이자익 수익 개선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우리은행은 올해 공격적인 영업전략 전개를 예고한 바 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공개된 글로벌, 기업금융에 이어 최근에는 자산관리 분야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도 추가 발표하며 업권 내 경쟁력 제고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최근 조 행장은 이같은 성장 전략을 토대로 올해 당기순익 기준 리딩뱅크에 오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당시만 해도 ‘무모하고 무리한 도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다소 다른 의견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배상액 규모를 아직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홍콩ELS 이슈가 올해 실적 경쟁의 변수가 될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우리은행의 리딩뱅크 등극은 쉽지 않겠지만 최근 우리은행에 대한 은행업권 내 분위기와 평가가 우호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임팩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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