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동조합의 상급단체인 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사용자 측에 올해 임금 8.5% 인상을 요구했다. 금융노조가 임금협상 결렬로 총파업에 나섰던 2022년(6.1% 인상 요구)보다 2.4%포인트 높은 수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최근 사용자 측에 임금단일협상(임단협) 요구안으로 임금인상률 8.5%, 노동시간 단축, 성과주의 탈피 등을 제안했다. 노조 측은 올해 경제성장률(2.1%)과 소비자물가인상률 전망치(2.6%), 최근 3개년 동안 발생한 실질임금 저하(3.8%) 등을 고려해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임금교섭과 단체협약이 모두 진행된다. 노조는 단체협약 안건으로 ▲영업시간 단축 ▲영업시간 변경 시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 ▲과당경쟁 금지 등을 선정했다. 금융노조는 최근 몇 년간 사용자 측에 주 4일 근무를 요구하고 있다. 사용자 측과 노조는 다음 달 중 상견례를 겸한 1차 교섭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8.5%는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인상 요구안이다. 금융노조는 정규직 기준 2019년 4.4%, 2021년 4.3%, 2022년 6.1%, 2023년 3.5%의 임금 인상률을 요구했다. 2022년에는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그해 9월 16일 총파업을 단행했다. 금융노조가 8.5% 인상률을 제안했다는 것은 그만큼 올해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KB국민은행 임직원의 평균 보수는 1억1800만원이었다. 전년도에는 평균 1억1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우리은행 임직원은 지난해 평균 1억1200만원을 받았다. 신한·하나은행은 아직 전년도 평균 보수를 공시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상승률을 고려하면 지난해 4대 은행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675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노조 요구대로 8.5%를 인상하면 4대 은행 평균 연봉은 1억2667만원으로 뛴다.
2022년 총파업을 주도했던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당선이 유력한 2그룹(20위 내 순번)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강경파로 꼽히는 박 위원장이 국회에 입성할 경우 올해 임단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은행권에서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불완전 판매 사태와 은행권 고액 연봉 논란으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국민이 8%대 연봉 인상 요구안을 어떻게 바라볼지 조심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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