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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SK의 반도체와 장비 반입에 대해 미국 정부와 사회가 주시하는 이유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견제를 위해서다. 중국기업 ‘화웨이’가 강력한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구형 장비 만으로 7나노 공정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만들어내고, 어떻게 구했는지 국내기업의 메모리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생산한 게 충격을 줬다.
삼성과 SK로선 미국에 이미 수십조원 규모 투자가 진행 중이라 보조금을 비롯해 각종 혜택에서 누락될까, 규제의 대상이 될까 노심 초사다. 양사의 중국 내 메모리 생산설비 역시 미국의 장비 반입 규제 하나만 강화되도 가동이 막힐 정도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2870억원),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150억 달러(약 19조6650억원) 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이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정책 불확실성이 넘쳐나지만 현지에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붓는 이유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정책에 호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현지에 빅테크 기업 등 수요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이테크산업의 중심인 ‘반도체 공급망’은 현재 미국이 움켜 쥐고 있다. 전세계 국가에 중국으로의 일정 나노 이하 고성능 반도체와 관련 장비 수출을 금지했고, 반도체 설계·소재·부품·생산 등의 공급망을 미국과 한국·일본·대만으로 특정한 일명 ‘칩4 동맹’으로 꽁꽁 묶어두고 있다. 자국에 반도체 공장 투자를 하면 대규모 보조금을 주겠다고 홀려, 막상 투자에 나섰더니 아직까지 미국 기업에만 혜택을 주고 있다.
해외에서 삼성과 SK가 중고 반도체 제조 장비의 판매를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 관련 보조금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은 이에 대해 “미국의 대중 수출 제한 조치를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선을 긋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선 중국내 공장들의 향후 첨단공정으로의 전환에도 리스크가 상존해 있다. 미국 정부로부터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무기한 유예 조치를 통보받은 지 6개월이 채 안 됐지만, 우려를 저버릴 수 없는 배경이다.
자칫 유예 연장이 번복된다면 당장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타격을 받는다. 추가 장비 반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구형 반도체만 계속 생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시안과 쑤저우 등 2곳에, SK하이닉스는 우시·다롄·충칭 등 3곳에 각각 중국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양사 모두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중국 공장에서 책임지고 있다.
그간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한국 반도체 업체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반도체 장비를 구매·개조해 저품질 반도체뿐만 아니라 고급 반도체까지 생산할 수 있다는 역량을 확보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국가들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중국은 오히려 자력갱생 전략으로 자국 기업 육성에 주력해 성장세를 키워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 3차 펀드를 조성 중이다. 펀드 규모는 앞서 1·2차 펀드 금액을 뛰어넘는 2000억 위안(약 36조5020억원) 이상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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