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CJ그룹의 \’유통 대(對) 식품 강자\’간 헤게모니(주도권) 싸움이 출구를 못 찾고 갈수록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022년 CJ제일제당의 즉석밥 \’햇반\’을 쿠팡에 납품하는 가격 이견으로 촉발된 두 골리앗의 힘겨루기는 초기 식품군 갈등을 넘어 물류(배송서비스)·뷰티(화장품)·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등 다른 사업 영역으로 확산되자 업계는 대결 국면이 접점 없이 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최근 중국의 거대 온라인몰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해 \’반(反)쿠팡 연대전선\’를 확대하자 쿠팡도 일반셀러(판매자) 상품을 자체배송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쿠팡의 일반셀러 상품 자체배송 카드는 CJ의 물류 자회사 CJ대한통운의 택배사업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CJ대한통운 택배사업과 중복되는 전략적 노림수라는 점에서 CJ에 위협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쿠팡과 CJ가 유통시장 내 채널-제조사 간 갈등은 상대방의 다른 사업으로 옮아가고 있어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되는 조짐이다.
◇ 업계·전문가 “해외선 유통 파워 우세”…한국선 단순비교 힘들어
업계와 전문가들은 유통채널과 제조사간 힘겨루기 측면만 본다면 쿠팡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다고 평가한다. 유통채널과 제조간 힘겨루기는 유통채널이 이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제조사 상품이 킬러 카테고리 상품의 경우엔 제조사가 유통 채널보다 힘의 우위에 서 있을수 있다. 킬러 카테고리 상품은 일반 상품 대비 충성고객이 많은 만큼 입점 유통채널의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킬러 카테고리 상품을 보유한 기업일지라도 유통채널과의 힘겨루기에서 장기적으로 우위를 점하기는 힘들다. 대표적인 사례로 \’나이키\’를 들수 있다. 나이키는 현재 전 세계 스포츠 용품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기업이며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이키는 2019년 납품가 갈등으로 아마존(미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에서 철수한뒤 한동안 자사몰 중심의 소비자직접판매(D2C) 유통 전략을 추구했다. 이후 일정부분의 성과는 거뒀지만 비용 부담 등 여파로 주가가 하락하며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사례에서 알수 있듯이 쿠팡과 CJ제일제당의 힘겨루기도 쿠팡에 더 유리하다는 평가다. 한국유통학회장 출신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양쪽 다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쿠팡이 이커머스 채널로써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결국은 쿠팡이 이기게 돼 있는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쿠팡-CJ그룹 갈등 증폭 중복사업들
◇ 쿠팡 물류·뷰티·OTT 파상공세, CJ 유통우군 확보 \’평행선\’
다만. 쿠팡과 CJ가 채널-제조사간 경쟁을 넘어 물류(택배), 뷰티, OTT 등 여러 사업 영역에서 충돌한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의 힘겨루기 승패를 단순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쿠팡은 사업을 지속적 확장하며 CJ올리브영과 뷰티사업, CJ 대한통운과 택배사업, CJ ENM과 OTT 엔터테인먼트 사업 영역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쿠팡은 최근엔 택배 사업 확장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쿠팡은 최근 마켓플레이스 입점 셀러들을 대상으로 \’택배 위탁 서비스\’를 시범 실시 중이다. 지금까지 쿠팡 마켓플레이스 셀러 판매 상품은 CJ대한통운·롯데·우체국 택배 등 다른 택배사가 배송을 맡아왔다.
쿠팡은 일반 셀러 상품도 자체 배송에 포함시키 위해 로켓배송을 기반으로 한 로켓그로스 풀필먼트(3PL) 서비스를 서놉인데 이어 이번엔 입점 셀러 물량까지 집하·배송하기 위한 테스트에 돌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과 CJ의 힘겨루기는 이들 기업의 사업 영역이 여러 개 전선에 걸쳐 있는 만큼 우위를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양사간 갈등도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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