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대규모 투자 손실을 일으킨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미리 방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 은행 이사회를 만난다. 항셍지수 급락으로 홍콩 ELS의 손실 위험이 증가하고 은행 본사 차원에서 고위험상품의 판매를 독려하는 행위가 일어났지만, 은행 이사회는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홍콩 ELS와 같은 고위험상품의 불완전판매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 복원과 내부통제 강화를 이사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12일 감독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말 예정된 금융지주 주주총회가 끝난 후 은행 이사회와 면담을 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 교체가 마무리되면 이사회와 일정을 맞춰 만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면담에서 홍콩 ELS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이사회와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홍콩 ELS 관련 금융사 현장 검사에서 은행 본사 차원의 조직적 불완전판매 정황을 포착했다. 은행들은 H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돼 손실 위험이 커진 시기에 영업목표를 상향하고, 영업점에서 ELS 판매를 확대하도록 성과평가지표(KPI)를 설계해 전사적으로 홍콩 ELS 판매를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ELS 상품의 판매 한도를 상향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기준까지 변경한 은행도 적발됐다.
금감원은 은행 이사회가 내부통제나 위험 관리 등의 부분에서 놓친 부분이 있는지 논의하고, 해당 기능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 부의된 안건에 찬성표만을 던지면서 홍콩 항셍지수 급락에 따른 관련 ELS 상품의 손실 규모 확대에 대한 리스크를 사전에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은행 전사적 차원의 불완전판매에 대해 이사회의 감시 기능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다만, 금감원은 이번 이사회의 역할 부족이 이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 은행 차원의 이사회 지원 강화도 당부할 예정이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ELS라는 상품이 워낙 오래전부터 취급되던 상품이다 보니 이사회의 안건으로도 올라가지 않았다”며 “H지수가 떨어지기 시작할 때 이사회가 역할을 해야 했던 게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이사회는 안건으로 보고가 되지 않으면 (홍콩 ELS의) 상황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특히 홍콩 ELS는 은행들이 판매한도 범위 내에서 판매해서 이사회가 위험을 미리 인지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정보 제공 등 이사회에 대한 은행의 지원 강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이사회와의 면담을 정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감독 당국은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경영 건전성과 고객 보호 측면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이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한 것이다. 금감원은 면담에서 해당 회사의 리스크가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서 이사회의 역할이 필요한지 등을 공유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별 이사회 면담을 하는 동시에 상반기에는 은행 이사회 의장 간담회, 하반기에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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