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장중 최고가 대비 10% 이상 하락
“숨 고르기 돌입…직접적인 매도 요인 없어”
AMD·슈퍼마이크로 등 반도체주 동반 약세
18~21일 역대 최대 AI 콘퍼런스 개최에 반등 기대도
인공지능(AI) 열풍의 중심에 있는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고 나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엔비디아는 시가총액이 불과 2거래일 만에 1390억 달러(약 182조 원) 증발했다고 1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다소 과열됐던 엔비디아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와 다음 주 신제품 발표를 앞두고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전날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0% 급락한 857.74달러에 마감했다. 주가는 직전 거래일에 5.55% 하락한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미끄러졌다. 8일 장중 기록한 역대 최고가(974달러) 대비로는 10% 넘게 하락했다. 단기간에 주가가 이만큼 빠진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시총은 주가가 종가 기준 최고치를 기록한 7일보다 약 1390억 달러 줄어든 2조1444억 달러를 기록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는 기술업계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올 들어 주가는 약 80% 올랐다. 엔비디아는 1일 종가 기준으로 시총 2조 달러를 돌파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에 이어 미국 증시 시총 3위에 이름을 올렸다.
AI 관련 수요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지만, 최근 주가가 크게 급등한 만큼 엔비디아가 숨 고르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는 “직접적인 매도 요인은 없었다”면서 “‘락업(주식 상장 후 매도 금지 기간)’ 종료가 다가오는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의 하락세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8일 거래량이 최근 1주일 평균의 두 배로 급증했음에도 주가가 하락한 것은 시세 상승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뜻하는 신호”라고 전했다.
엔비디아의 주가 급락은 다른 반도체 종목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날 AMD와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각각 4.34%, 5.24% 내렸다. 반도체주의 약세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시장 전체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같은 날 반도체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주지수(SOX)는 1.36% 하락했다.
주춤했던 주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엔비디아는 18~21일 자사 역대 최대 규모의 AI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를 개최한다. 코로나19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대면 행사로, 900개 이상의 세션과 300개 이상의 전시회, 20개 이상의 워크숍이 마련될 예정이다. 그간 연례 콘퍼런스에서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 왔던 만큼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신제품을 공개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의 가파른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지난달 2024 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실적 발표에서 “생성형 AI 붐으로 수조 달러 규모의 새로운 투자 사이클이 시작됐다”며 “향후 5년 동안 연간 수천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