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총선서 ‘AI 기술 활용’ 가짜뉴스‧흑색선전 증가 전망
짧은 선거 공소시효 문제점은
물밑 협상 시도하다 불발되면 고소‧고발
시효 만료 하루 전 사건 처리 ‘비일비재’
검·경 ‘선거사건 협력절차’ 적극 활용키로
“사건 인지 시점부터 시효 적용” 대안도
현행 6개월인 공소시효로는 선거법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검찰 수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거 관련 범죄는 사건 관계자들이 다투고 물밑 협상을 시도하다가 불발되면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신속한 수사가 쉽지 않은 탓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가짜뉴스‧흑색선전 등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된다. 이미 각 당내 지역구 경선부터 이전투구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존 양당 구도가 아니라 제3지대 등 여러 신당이 생겨나 대결하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1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다음 달 10일 치러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입건된 선거사범 266명(3일 24시 기준) 가운데 ‘허위사실 공표 및 흑색선전’으로 입건된 사례만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가짜뉴스 생산이나 흑색선전 수법 등이 더 교묘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역시 이번 총선의 핵심 점검 의제 중 하나로 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를 지목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달 5일 대검에서 ‘전국 선거전담 부장검사 회의’를 열고 “생성형 AI, 딥페이크 기술 등과 결합한 가짜뉴스가 사이버 공간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출신 류국량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선거범죄수사팀 변호사는 “공소시효가 짧아 (검찰 재직 당시) 사건을 처리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면서 “시간이 충분하면 수사를 철저히 해서 결론 낼 텐데, 공소시효가 임박해 시간이 없으면 피의자 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해야 할 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을 나와 변호사로서 선거 사건을 처리하면서도 시간이 촉박해 의견을 충분히 제출할 시간도 없던 적도 있었고, 변호사 입장에서 졸속으로 처리된다는 느낌이 드는 사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가짜뉴스 우려↑…흑색선전 ‘난무’
지금껏 공소시효가 임박해 처리된 사건은 부지기수다. 검찰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성남시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허위발언을 한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2022년 9월 8일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두고 이뤄진 처분이다.
2021년 4·7 보궐선거 과정에서 민주당과 시민단체가 박형준 부산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도 만료를 하루 앞둔 10월 6일 검찰의 기소가 이뤄졌다. 2020년 4·15 총선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무소속 이상직 의원과 이원택 민주당 의원도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인 10월 14일 재판에 넘겨졌다.
제21대 총선에서 대검 선거수사지원과장을 맡았던 최창민 법무법인 인화 변호사는 “일반인인 고발인들이 공소시효 완성 바로 전날 밤 11시에도 사건을 들고 검찰청 당직실로 찾아온다”며 “내부에선 전날 접수되는 사건에 대한 처리 지침이 있기 때문에 무혐의 처리할 수밖에 없다”라고 상기했다.
이원석 검찰총장 또한 “6개월에 불과한 공소시효 문제 때문에 시효 직전에 처리되는 선거사건 비율이 매우 높았다”며 “공소시효에 쫓겨 사건처리가 충실하게 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속 수사 ‘난항’…검찰권 악용 우려도
이에 공소시효의 효율적 적용이 대안으로 언급된다. 류 변호사는 “국정원 댓글사건 이후 공무원이 개입한 선거사건은 공소시효를 10년으로 하도록 예외 조항이 만들어졌다”면서 “특정 범죄 유형은 6개월보다 더 길게 두거나, 사건을 인지한 때로부터 몇 개월로 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소시효가 다른 범죄처럼 길어지면 다음 회기 때에도 영향 미친다”며 “정치적으로 검찰 권력이 악용될 경우 공소시효 늘어나면 수사를 끝없이 연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6개월이란 기간이 짧아서 사건에 문제가 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시간이 임박해 사건이 검찰로 넘어오는 게 문제라면 검찰과 경찰 간 협력을 통해서 일정 시기에 의견을 교환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검·경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수사 준칙 ‘선거사건 협력절차’를 이번 총선부터 적극 활용키로 했다. 시효 만료 3개월 전까지 필수적으로 의견을 제시 및 교환하는 한편, 상호 간 사건의 송치·이송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일선 경찰서 지능팀 관계자는 “선거상황팀을 만들어 검찰청과 간담회를 열고 수시로 의견을 교환해오고 있다”면서도 “관련 기록이 거의 사라진 사건이 공소시효가 임박해 접수된다면 실무적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김 연구위원은 “딥 페이크나 딥 보이스 등으로 수사기관이 힘들어진 건 맞는다”며 “수사기관도 따라가야 하는 부분이지만, 짧은 기간 안에 선거운동이 이뤄지는 걸 감안하면 선거사범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수사해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법조팀 = 박일경 기자 ekpark@‧박꽃 기자 pgot@‧이수진 기자 abc123@‧김이현 기자 s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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