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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광풍]② 시중자금 빨아들인 비트코인 ETF… 불길은 월드코인, 밈코인으로

조선비즈 조회수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지금껏 가상자산 시장을 움직인 세력은 많은 양의 코인을 보유한 소수의 ‘고래’들이었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승인은 앞으로 시장에 대형 금융사를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이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확한 수치는 언급하기 어렵지만, 단언컨대 2024년 말 가격은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 될 것입니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인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해 기관의 신규 투자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에 대한 매입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월 10일(현지시각)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과 매매를 승인한 후 정확히 2개월이 지난 현재 주 대표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일부 금융사에서 예상한 수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자금이 들어오면서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ETF 승인 당시에 비해 50% 넘게 뛰었다.

투자 열풍은 비트코인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가상자산 시장의 대장주로 꼽히는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자, 뒤이어 이더리움 등 다른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에도 불이 붙었다. 가상자산 침체기 동안 시장을 떠났다 뒤늦게 가세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이른바 ‘잡코인’으로 불리는 중소형 코인까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후 2개월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기준 블랙록과 피델리티, 아크인베스트 등 11곳의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총자산은 약 500억달러(약 66조원)로 집계됐다. 블랙록이 출시한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에만 지난달 말까지 10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3000여개의 ETF 중 자산 100억달러가 넘는 상품의 비중은 4%뿐이다.

영국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는 앞서 지난 1월 8일 보고서에서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경우 올해만 최대 1000억달러의 신규 투자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SC가 예상했던 연간 전망치의 절반에 이르는 자금이 불과 2개월 만에 비트코인 현물 ETF로 유입된 것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로 유입된 투자 자금은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블랙록 등 ETF 운용사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여 가격이 오르자, 기존 가상자산 시장 내 투자자들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동반 매입에 나선 것이다.

블랙록은 ETF 출시 후 2개월간 19만5985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고래’로 꼽히는 미국의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 6억달러를 비트코인 추가 매입에 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형 기관 투자자들의 잇따른 매입에 개인 투자자들까지 가세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서 11일 오후 4시 30분쯤 비트코인은 사상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11일 가격 6500만원과 비교해 불과 1개월 만에 50% 넘게 뛴 것이다.

◇ 이더리움 현물 ETF 등장도 예고

비트코인이 일으킨 가상자산 투자 열기는 다른 주요 가상자산으로 옮겨갔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기관과 ‘큰 손’의 투자가 비트코인으로 집중되면서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은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시장 흐름을 보면 오히려 일부 알트코인의 가격 상승 폭은 비트코인을 넘어선 상황이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최근 대형 알트코인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상자산은 이더리움이다. 시가총액 2위 가상자산으로 다른 코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가 많은 데다, 최근 업그레이드를 통해 블록체인으로써 기능성까지 향상돼 최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지난달 11일 업비트에서 340만원에 거래됐던 이더리움은 11일 541만원으로 한 달 만에 약 60% 급등했다.

이더리움은 최근 비트코인에 이은 두 번째 현물 ETF의 승인 가능성으로 투자자에게 주목받고 있다. 앞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한 블랙록과 피델리티, 그레이스케일 등 운용사들은 이미 SEC에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승인 신청서까지 접수했다. 금융 시장에서는 이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이더리움 선물 ETF가 거래 중인 데다, 비트코인의 대체 자산으로 이더리움에 대한 평가가 높아 승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내 시총 1, 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동반 급등은 다른 알트코인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비트코인 계열 가상자산으로 꼽히는 스택스는 1개월 만에 가격이 65.6% 뛰었고, 이더리움보다 보안성이 뛰어나고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솔라나도 34.2% 상승했다.

최근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한 알트코인 중 하나는 월드코인이다. 월드코인은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발행한 가상화폐다. 이 코인은 홍채를 제공한 사람에게 무상으로 지급되는데,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는 개인 정보 보호 위반 등을 이유로 발행이 금지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빗썸 등 일부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 열기가 달아오른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기대감까지 반영되면서 월드코인 가격은 최근 1개월간 무려 300% 넘게 급등했다.

◇ 끝물의 전조인가, 숨고르기인가

최근 1~2개월 사이 가상자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조정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가올 반감기나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의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고, 현재는 투기 세력까지 가세해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IB)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반감기를 지난 후 4만2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상자산 데이터 조사분석업체인 얼터너티브닷미는 코인 시장의 과열 정도를 나타내는 ‘공포·탐욕지수’를 매일 측정하는데, 11일 지수는 ‘극단적 탐욕’ 단계에 해당되는 82로 측정됐다.

지난 1년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밈(meme)코인’의 최근 동반 급등은 가상자산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밈코인은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나 이미지를 따 발행된 가상화폐로 별다른 쓰임새가 없다.

대표적인 밈코인 중 하나인 도지코인은 최근 1개월간 가격이 110% 급등했다. 시바이누와 페페, 플로키 등 도지코인처럼 개나 개구리 등 동물을 본떠 만들어진 다른 밈코인들도 같은 기간 세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020년 말부터 크게 오른 후 이듬해 5월부터 꺾였는데, 도지코인을 비롯한 밈코인은 상승장의 막바지였던 2021년 4월부터 한 달간 급등한 후 약세로 돌아섰다. 이를 근거로 가상자산 시장 일각에서는 밈코인의 급등이 코인 시장의 열기가 마무리되는 신호로 해석돼 왔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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