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국 미분양 아파트 가구 수가 정부의 위험수위 판단 기준(6만2000가구)을 2달 연속 넘어서는 등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부산은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역대 최고치 수준에 도달하면서 ‘공급 폭탄’을 맞았던 대구의 뒤를 이어 미분양 진앙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다만, 업계에선 부산의 미분양 적체가 공급 과잉이 아닌 고(高)분양가에서 비롯된 점과 분양가가 나날이 상승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분양 당시엔 고분양가로 인해 미분양이 났지만,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더욱 비싼 가격의 새 아파트가 나오면 시장에서는 이미 나온 분양가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받아들인다는 의견이다. 2024년 이후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것도 미분양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
■ 부산 지역 미분양 매달 쭉쭉 올라간다
전국에서 미분양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대구지만, 최근에는 부산의 미분양 주택 수 증가 추이가 심상치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8~10월 2200~2300가구대를 유지하던 부산 지역 미분양 가구 수는 올 1월 3372가구로 집계됐다. 5달 만에 1000가구 이상 뛰었다.
증가 폭도 커지는 추세다. 11월에는 300가구가 늘었으나, 12월에는 400, 1월에는 600가구 늘었다. 준공 후 미분양도 급증세다. 지난해 말까지 700~900가구대를 유지해 왔으나, 올 1월 1174가구로 늘면서 대구(1065가구)를 앞질렀다.
부산에서 미분양이 집중된 지역은 올 1월 기준으로 사하구(427가구)와 동구(412가구), 사상구(409가구), 부산진구(407가구) 등이다. 전용면적 별로 보면 전용 60~85㎡가 1778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40~60㎡ 1324가구, 40㎡ 이하 148가구, 85㎡ 초과 122가구다.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직전월(6만2489가구)에서 2% 늘어난 6만3755가구다. 국토부가 위험수위로 정한 6만2000가구를 두 달 연속 넘어섰다.
■ 부산 미분양 쌓인 이유, 고분양가·분양 시장 침체
부산 미분양 적체는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발생했다. 부산시 남구 우암동에 드어선 3382가구 ‘헤링턴 마레’가 대표적. 부산 최초로 스카이 브릿지(공중 연결 다리)를 도입했고 실내외 수영장을 가지진 고급 아파트지만, 아직도 수백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2023년 11월 분양 당시 이 아파트 전용84㎡ 분양가는 약 8억원으로, 인근 시세보다 2억원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분양가 논란을 빚었던 부산진구 양정역 역세권 단지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양정’역시 미분양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현재 부산 부동산 시장은 신축 아파트를 모두 소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매 시장은 침체됐고, 전세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부산시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지난해 9월 107.4를 기록한뒤 10월 107.1, 11월 106.5, 12월 105.1로 꾸준히 하락했다. 1월(1.35%)에는 집값 하락세가 가파른 세종(-2.04%)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낙폭이 컸다. 새 아파트 가격이 더욱 비싸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
안정된 전세가는 신축 아파트 구매 수요를 전세 수요로 끌어당기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부산 지역 전세 실거래가격지수는 직전월 대비 0.14% 하락한 103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107.6)비해 4.32% 낮다.
■부산에서 대구 사태 재현될까? “가능성 낮아”
이처럼 미분양이 계속 늘면 대구 부동산 시장을 잠식했던 미분양 효과가 부산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전히 전국에서 미분양(1만245가구)이 가장 많은 대구에서는 미분양 해소를 위한 파격 혜택도 등장했다. 올 7월 입주하는 대구 동구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총 759가구) 시행사는 평형별로 최대 5000만원의 ‘축하금’을 내걸었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파격 대책이 부산에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산의 경우 고분양가로 인해 미분양이 났는데, 시간이 흐르면 올라간 시세를 시장에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부산 남구 우암동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평소보다 부산 지역 미분양이 확실히 많다고 느끼지만, 대구처럼 위험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암동이나 양정역, 에코델타시티 대단지가 시세보다 너무 비싸서 줄줄이 미분양이 났었다”면서도 “전국에서 분양가가 올라갔다는 뉴스가 매일 나온 뒤로는 RR(로얄동·로얄층) 물건을 중심으로 사려는 사람이 한둘씩은 있다”고 했다.
입주물량 감소가 미분양 해소로 이어진다는 기대감도 있다. 아실에 따르면 올해(1만5034가구)와 내년(7924가구) 부산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 5년평균(2019~2023년)보다 크게 줄어들고 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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