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오피스텔 매매가가 19개월 연속으로 하락하며 오피스텔 매매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반면 전세사기 여파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월세에 쏠리면서 오피스텔의 수익성은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 오피스텔 투자 적기라는 시선도 고개를 들지만 시장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에 따르면 2024년 1월 오피스텔 수익률은 2020년 7월 이래 가장 높은 5.27%를 기록했다. 2023년 11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오피스텔 수익률은 2022년 3월 4.73%로 집계된 이래 22개월 연속으로 오르고 있다.
오피스텔 수익률이 2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는 데엔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가 19개월 연속으로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어느 한 시점의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기준보다 높으면 상승, 낮으면 하락 정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측정한 값이다.
2023년 12월의 전국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을 기준점인 100으로 삼았을 때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6월 104.13을 기록한 이후로 19개월 동안 떨어져 2024년 1월 99.86까지 하락했다.
서울만 놓고 보면 2022년 8월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가 102.59를 기록한 뒤 17개월 연속 하락세를 유지했다. 서울의 2024년 1월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99.9였다. 서울에서는 특히 40㎡ 이하 소형 매물의 변동 폭이 가장 컸다. 2022년 8월 기준으로 102.88이던 소형 매물 매매가격지수는 2024년 1월 99.89로 2.91% 하락했다.
오피스텔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부동산플랫폼 직방이 2월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기반으로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모두 2만7059건으로 2022년과 비교해 37.9% 감소했다.
반면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2023년 5월 99.66으로 조사된 뒤로 8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2024년 1월 100.07까지 올랐다.
2024년 1월 기준으로 전국 오피스텔 평균 월세는 77만 원으로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70만 원을 돌파했다. 서울 오피스텔 전용면적 40㎡ 이하 소형 매물의 평균 월세 또한 처음으로 70만 원을 넘긴 74만5천 원이었다.
국토교통부 오피스텔 전월세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남더리버 오피스텔 전용면적 29.54㎡ 매물은 2023년 5월 보증금 1천만 원, 월세 78만 원에서 2024년 1월 보증금 1천만 원, 월세 90만 원으로 올랐다.
서울 종로구 필운동 파크뷰타워 또한 전용면적 25.86㎡ 매물이 2023년 5월 보증금 1천만 원, 월세 65만 원이던 것이 전용면적이 더 작은 24.30㎡ 매물이 보증금 1천만 원, 월세 100만 원이 될 정도로 월세가 상승했다.
오피스텔 월세가 상승한 원인으로는 전세사기 여파와 고금리의 장기화가 꼽힌다.
2022년 빌라왕 사태가 터지며 전세사기는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공인중개사, 명의상 집주인, 건축주 등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매매 시세보다 높은 전세 보증금을 받는 방식으로 임차인을 속이는 사건이 터졌다.
이에 더해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매가격이 급하게 하락하자 매매가격이 전세 보증금을 밑도는 소위 ‘깡통전세’도 무더기로 쏟아졌다.
부동산을 처분해도 전세 보증금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피해자들이 늘어났다. 전세시장 전반을 향한 신뢰가 낮아지고 전세공급도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월세수요가 늘었다.
아울러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전세 대출이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것도 월세로 쏠림 현상을 가속화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확정일자 전’월세 현황에 따르면 고금리와 전세사기의 영향을 받기 전인 2021년 43.8%에 그쳤던 월세 비중은 2022년 51.9%, 2023년 54.9%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법원 확정일자 통계에는 보증금 보호와 대항력 확보가 필요한 아파트, 단독’다가구, 연립’다세대, 주거용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이 모두 포함됐다.
오피스텔 공급량 감소도 오피스텔 월세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3년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등 독신가구용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의 공급이 너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세제와 건축기준 등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약 10만9천 실이 공급되며 최고치를 찍은 오피스텔 공급 물량은 2020년 9만6200실, 2021년 7만6400실, 2022년 5만1900실로 계속 줄었다.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공급 물량은 1만2800호로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7.1% 감소했다.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월세를 통해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것은 대부분 청년 등 1인 가구인 만큼 향후 주택시장이 회복된 이후 공급 부족이 누적된 소형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의 가격 급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매매가는 떨어지고 월세는 높아진 상황에서 올해 초 발표된 정부의 1.10 부동산 대책에 소형 오피스텔이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소형 오피스텔 투자를 향한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입지가 좋은 오피스텔은 청약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서대문구 영천동 ‘경희궁 유보라 오피스텔’은 57가구를 대상으로 한 1순위 청약에 7089건의 신청이 몰려 평균 124.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희궁 유보라는 광화문 일대 중심업무지구가 가까워 입지 조건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오피스텔 비주택 세제 계정은 법 개정에 시간이 필요한 데다가 기존에 지어진 오피스텔은 주택 수 제외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법 개정의 혜택을 받는 사례는 많지 않다.
아울러 고금리 상황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났고 오피스텔이 기본적으로 매매가 수월하지 않아 환금성이 높지 않은 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오피스텔 매매시장 부진은 높아지는 수익률에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당분간 오피스텔 매매시장은 평년보다 저조한 거래가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론 집값 호황기 또는 임대차 시장 가격 불안시 오피스텔이 준주택으로 다시 선호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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