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지난 2월에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비엠더블유(BMW)가 또다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의 부진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비엠더불유와 벤츠의 수입차 대권경쟁 구도가 어그러지고 있는 모습이다. 테슬라가 빠져나간 3위 자리를 두고는 볼보와 렉서스가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한편 지난해 고급 브랜드임에도 예상을 깬 판매량으로 선전한 포르쉐는 5위에 자리했으며, 아우디는 전년 부진이 이어지며 판매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벤츠·BMW와 함께 ‘독(일) 3사’로 불렸던 과거가 무색할 정도다.
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입 승용차 판매량 1위 브랜드는 6089대를 판매한 BMW였다. 점유율은 37.50%로 전년 동기(6381대) 대비 4.6% 줄었지만 1월(4330대) 대비 40.6% 증가했다. 1~2월 누적 판매량은 1만419대로 35.5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벤츠는 지난 2월 3592대 판매에 그치며 22.12%의 점유율을 기록, BMW의 절반이 조금 넘는 판매량에 만족해야 했다. 전년 동기(5519대) 대비 판매량도 34.9% 떨어졌고 1~2월 누적 판매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2.5% 떨어진 6523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BMW와 벤츠 양 브랜드의 희비가 핵심 모델인 5시리즈와 E클래스의 대결에서 엇갈린 것으로 보고 있다. 5시리즈(2023년 10월 출시)는 1월 1126대, 2월 2160대가 판매된 반면, E클래스(2024년 1월 출시)의 경우 2월 단 960대 판매에 그치며 신차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업계와 소비자들 가운데에서는 국내 옵션 사양과 디자인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억2300만원인 E450 4MATIC 모델을 제외하고는 4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 데다, 최하위 트림인 E220d 모델의 경우 △저가형 가죽 시트·반사판 LED 헤드라이트 탑재 △HUD 미제공 등 8290만원의 고가 차량답지 않은 구성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또한 E300 AMG 모델의 경우 전면부와 테일로고 등에 벤츠 로고인 ‘삼각별’ 모양을 과하게 활용하는 등으로 디자인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기도 하다.
볼보·렉서스 치열한 3위 싸움… 격차는 단 0.03%
올해는 3위 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1~2월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으며 판매량이 급감한 테슬라의 3위 자리를 두고 볼보와 렉서스가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두 브랜드는 2월 각각 961대, 919대를 판매하며 5.92%, 5.6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1~2월 판매량을 합하면 1926대(6.57%)와 1917대(6.54%)로, 고작 0.03% 차이에 불과하다.
볼보의 경우 ‘안전’에 더해 따뜻함과 편안함을 중시한 디자인이 더해지며 패밀리카로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 BMW와 벤츠가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6.4%와 22.5% 감소할 동안 볼보의 판매 대수는 5% 증가했다. 대표모델은 중형 SUV인 볼보 XC60로 올 1~2월 △BMW 5시리즈(3286대) △벤츠 E클래스(1604대) △BMW X5(1184) △렉서스 ES(988대)에 이어 5위(901대)를 기록했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경우 최근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열풍은 물론, 특유의 높은 내구성과 품질에 대한 신뢰가 겹쳐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에 무게를 싣는 가운데 하이브리드에 중점을 두며 투자를 이어온 것이 전기차 수요 부진과 맞물리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특히 1~2월 합해 988대가 팔리며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 ES300h 모델이 판매량을 견인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3위를 기록한 테슬라는 지난 2월 175대를 판매하며 2월 1.07%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에 그쳤다. 여기에 2월 책정된 보조금 정책에 따라 이전과 같은 판매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테슬라의 중형 전기 SUV ‘모델 Y RWD(후륜구동)’의 경우 2023년 국고 보조금을 514만원 받았으나 올해에는 그 3분의 1 수준인 195만원에 그쳤다. 정부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 차량에 대한 보조금을 깎으며 중국산 LFP를 장착한 모델 Y 역시 철퇴를 맞은 것.
이어지는 포르쉐 약진, 그리고 아우디의 추락
포르쉐는 지난해에 이어 놀라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 모델이 1억원 이상의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임에도 불구, 지난해 한국 법인 설립(2014) 이후 최초로 판매량 1만대를 넘긴 데 이어 올해에도 2월 판매량 5위(828대, 5.10%), 1~2월 누적 판매량 6위(1505대, 5.13%)를 달리고 있기 때문. 업계에서는 포르쉐가 준대형 SUV ‘카이엔’ 등을 필두로 벤츠와 BMW 등의 프리미엄 차 수요를 성공적으로 끌어왔다 보고 있다.
한편 아우디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부진이 더욱 심화된 모습이다. 아우디는 지난 2월 268대(1.65%)만을 판매하며 전년 동기의 2200대에서 90% 가까운 판매량 하락과 마주했다. 2월 수입차 중 1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2월 누적 판매량도 447대(1.52%)로4654대(12.30%)를 기록했던 전년 대비 판매량이 90.4% 깎여나갔다. 순위도 3위에서 12위까지 추락했다.
업계에서는 아우디의 부진 원인으로 신차 부재와 적은 디자인 변화 폭, 크게 감소한 할인율을 꼽고 있다. 대표 모델인 A6는 지난 2019년 10월 8세대 완전변경 모델 출시 이후 큰 변화가 없었으며, 전기차인 Q4 이-트론(e-tron)을 포함한 최근 출시 모델들의 경우에도 이전의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또한 몇 안 되는 강점이었던 상대적으로 높은 할인율 역시 최근 BMW와 벤츠가 할인율을 높이며 강점이 아니게 된 지 오래다.
이대로라면 업계 3위는 커녕 10위권 이내에 드는 것도 어려울 판인 만큼 대책이 절실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임현기 아우디코리아 사장을 비롯한 한국지사 경영진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더러 나오고 있다. 지난 2022년 7월 부임한 임 사장은 아우디코리아 출범(2004년) 이후 최초의 한국인이자 여성 리더로 기대를 모았던 바 있으나, 취임 1년 8개월 사이 판매점은 늘리는 한편 서비스센터 갯수는 그대로 유지하는 등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기존의 소비자들을 외면한 채 판매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한편 아우디는 올해 하반기 신차 Q8 이-트론(e-Tron)을 시작으로 일부 모델들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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