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여세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예고대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액에 대해 0~100%까지 차등 배상하는 분쟁 조정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금감원은 11일 판매사와 투자자 간 분쟁을 조기 해결하기 위한 ‘분쟁 조정 기준안’을 발표했다.
배상비율은 판매사 요인 최대 50%에 투자자별 가감 요인으로 최대 45%포인트(p)를 더하고 빼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 기본비율+공통가중±투자자별 가감요인=최대 100%
우선 판매사의 설명 의무, 적합성 원칙, 부당 권유 금지 등 위반 여부에 따라 기본배상비율은 20~40%로 정해졌다.
여기에 내부 통제에 부실했던 책임을 물어 판매사별로 은행은 10%포인트(p), 증권사는 5%p 수준의 공통가중이 적용된다.
내부통제 부실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온라인 판매채널은 이보다 낮은 은행 5%p, 증권사 3%p를 가중해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투자자별 책임 사유에 따라 45%p가 가감 조정된다.
구체적으로 배상비율이 가산되는 경우는 예적금 가입목적(10%p), 금융취약계층(5~15%p), ELS 최초투자자(5%p), 자료 관리와 모니터링콜이 부실한 경우(5~10%p) 등이 해당된다.
반면 ELS 투자경험(2~25%p), 매입규모(5~15%p), 금융상품 이해능력(5~10%p) 등에 따라 최대 45%p까지 차감할 수 있다.
이외에 ‘기타 조정요인’으로 10%p 가감 반영된다.
◇ 자율배상 협조 요청…분쟁조정위원회 준비 중
금감원은 배상안에 따른 각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자율 배상을 촉구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ELS 상품판매 및 투자행태의 특수성을 고려해 보다 정교하고 세밀하게 기준안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준안에 따라 배상이 원활히 이뤄져 법적 다툼의 장기화 등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판매사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사가 자율 배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치게 된다.
금감원은 4월 중 분조위를 열어 대표 사례에 대해 분쟁 조정 절차를 시작할 방침이다.
◇ 사실상 ‘일괄배상’…모호한 기준에 분쟁 장기화 우려
금감원의 배상안에 대해 금융권은 당황한 분위기다.
은행의 경우 모든 투자자에 대한 20~30%의 기본배상비율이 책정됐는데 이는 판매분 전체에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일괄배상’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강제성이 없는데다 배상안 기준이 모호해 배상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투자자들은 전액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은 판매사와 투자자가 주장하는 배상 비율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투자자별 가감요인 중 ‘예·적금 가입 목적’으로 은행을 방문했다면 10%p를 추가 배상해야 하는데 이를 증명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방문 목적을 특정할 수 없어 투자자가 주장하면 어떤 기준에 맞춰야 할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자율배상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과징금 카드’를 고려하면서 선뜻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원장은 “위법 부당행위에 대해 엄중히 조치하되 고객 피해배상 등 사후 수습 노력은 참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8일 예정된 은행연합회와 이 원장의 간담회에서 배상안 관련 은행권의 입장 표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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