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작품상 등 7개 부문 석권…”팀워크 훌륭해”
한국계 미국인 셀린 송 감독 ‘패스트 라이브즈’ 수상 실패
마이클 갬본ㆍ류이치 사카모토ㆍ이선균 추모 영상 ‘눈길’
영화 ‘오펜하이머’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었다. ‘오펜하이머’는 작품상ㆍ감독상ㆍ남우주연상ㆍ남우조연상ㆍ편집상ㆍ촬영상ㆍ음악상 등 총 7개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계 미국인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ㆍ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오펜하이머’는 총 13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7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시상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12번째 장편영화다. 오펜하이머라는 실존 인물이 미국의 핵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에 참여해 원자폭탄을 개발한 이야기를 극화한 영화다. 유니버설 픽처스에서 단독 배급을 맡았다.
이날 작품상을 받은 ‘오펜하이머’의 제작자이자 놀란 감독의 아내인 엠마 토머스는 무대에 올라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 순간을 꿈꿀 것”이라며 “이 영화가 이렇게 탄생한 건 놀란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천재적인 감독님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하는 영화의 가장 멋진 부분은 협력한다는 점이다. 이번 영화의 팀워크가 정말 훌륭했다.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에게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호명으로 감독상을 받은 놀란 감독은 “많은 사람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섰다.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했다. 스태프들 역시 너무 훌륭했다”라며 “아카데미에 무척 고맙다. 거의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그동안 여러 가지로 놀라운 여정을 보여주었다. 수상하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남우주연상은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가, 여우주연상은 ‘가여운 것들’의 엠마 스톤이 차지했다. 킬리언 머피는 생애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엠마 스톤은 ‘라라랜드’에 이어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킬리언 머피는 “정말 압도되는 기분이다. 아카데미에 고맙다”라며 “놀란은 정말 창의적이었다. 모든 스태프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엠마 스톤은 “우리 딸이 곧 3살이 된다. 내 삶에 컬러를 불어 넣어주는 딸에게 너무 사랑하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남우조연상은 ‘오펜하이머’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여우조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의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가 받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데뷔 후 첫 오스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10번째 흑인 배우가 됐다.
한국계 미국인 셀린 송 감독이 연출을 맡은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ㆍ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작품상은 ‘오펜하이머’가, 각본상은 제76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추락의 해부’가 받았다.
한편 이날 시상식은 역대 오스카 수상자들이 시상자로 나와 품격을 높였다. 지난해 수상자인 브렌든 프레이저(남우주연상), 양자경(여우주연상), 키 호이 콴(남우조연상), 제이미 리 커티스(여우조연상)를 포함해 역대 오스카 수상자 니콜라스 케이지, 루피타 뇽오, 마허샬라 알리, 알 파치노, 제니퍼 로렌스 등이 참석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리아나 그란데, 스티븐 스필버그, 벤 킹슬리, 에밀리 블런트, 포레스트 휘태커 등 영화인, 뮤지션이 등장해 시상식의 풍성함을 더했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 미야자키 감독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같은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21년 만에 다시 오스카를 받는 기쁨을 누렸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에 대한 추모의 시간도 있었다. 추모 영상 속에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덤블도어 역할을 맡은 마이클 갬본을 비롯해 제6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마지막 황제’로 음악상을 받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얼굴이 나왔다. 아울러 영화 ‘기생충’의 주연 배우인 이선균의 모습도 등장했다.
시상식 생중계 진행을 맡은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놀란 작품이 최종적 영광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서 일종의 대관식의 느낌이었다”라며 “또 엠마 스톤이 여우주연상을 받는 순간은 짜릿하고, 신기하며, 재밌는 수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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