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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기 보다 훨씬 맛있다…K-배양육도 세계인 입맛 저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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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K-배양육 시대 개막(하)


국내에서도 세포·미생물 배양 기술로 만든 배양육의 상용화 길이 열렸다. 소나 돼지를 키우지 않고 만들어 먹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아직은 낮선 새 먹거리가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속에서 우리의 식탁을 지킬 수 있을까. 배양육이 가져올 변화와 과제를 짚어봤다.



출시 초읽기 들어간 K-배양육, 소비자 입맛 사로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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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에프가 개발한 배양육

실험실 고기 ‘배양육'(Cultured Meat)을 식품원료로 인정하는 기준을 정부가 고시함에 따라 미래식량산업에 뛰어든 식품기업과 스타트업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래 동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직·간접적으로 개발에 참여해 온 기업들은 향후 시장변화에 주목하면서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높은 생산가격과 안전성, 소비자 신뢰 구축이라는 허들을 극복하는 것이 배양육 저변 확대를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새 먹거리 잡아라” 대상·풀무원 등 제품화 박차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배양육 연구에 가장 적극적인 식품 대기업은 대상그룹이다. 대상은 내년에 배양육을 만들어낼 배양 공정을 확보한다는 1차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배양육을 생산하기 위해선 우수한 배지(培地)가 필수적이다. 배지는 멸균 후 세포 등을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물질을 첨가시킨 용액이다. 배양육 상용화의 걸림돌 중 하나인 높은 생산원가도 배지 가격이 높은 영향이다. 대상은 배양육 상용화의 핵심으로 안전하면서 가격경쟁력이 있는 배지를 개발해 내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배지 원료를 식품 사용가능 원료로 대체하는 연구를 우선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업계에서 가장 빠른 2021년 배양육 관련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하는 등 미래산업에 포석을 깔았다. 이듬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산업기술혁신사업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배양육 스타트업
스페이스에프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종 선정됐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식품업계 첫 배양육 전담팀도 꾸렸다. 2022년 9월 대상그룹 식품연구소인 대상이노파크가 경기도 이천에서 서울 마곡으로 이전하면서 우수 인력 수급이 용이해지지자 내린 결정이다. 현재 MOU를 맺은 연구기관, 기업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체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풀무원도 내년 배양육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개발해 상품화한다는 목표다. 현재 배양육 원료에 대한 세포배양 안전성 실험을 스타트업 심플플래닛과 진행하고 있는데, 우선 GMP(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 시설을 통한 세포배양 대체식품 시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다른 식품기업들도 배양육 개발에 적극적이다. CJ제일제당, 롯데그룹(롯데중앙연구소), 농심 등은 2021년부터 배양육 전문 국·내외 스타트업과 손을 잡거나 지분투자 방식으로 배양육에 힘을 싣는다. 식품기업이 아닌 SK와 한화솔루션도 배양육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 생산단가 낮추고 소비자 신뢰 관건

배양육이 식탁에 오르기 위해선 맛과 생산단가를 최소한 기존 육류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여기에 소비자가 안전한 먹거리로 인식할 수 있도록 신뢰감을 쌓아야 하는 숙제도 있다.

우선 맛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콩 등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는 대체육에 비해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동물에서 추출한 근육세포 등을 배양해 키우는 방식이라 일반 고기와 흡사하다. 일례로 스페이스에프가 식육 전문가와 유통기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배양육 소시지, 햄버거 패티 등 시제품 시식회를 열었는데, 항목별 평균점수가 5점 만점에 4.6점을 받았다.

생산단가와 안전성은 점차 개선되는 과정이다. 일본 연구기관이 만든 배양육을 활용한 햄버거 패티 가격은 2013년 3000만엔이었지만 2021년 450엔까지 내려갔다. 국내에서도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기술개발이 한창이다. 심플플래닛이 배양육의 가장 큰 한계로 꼽히는 소태아혈청(FBS) 대신 유산균 기반 무혈청 배양액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FBS는 임신한 소를 도축해 추출하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높고 대량생산이 어려웠다.

정일두 심플플래닛 대표는 “FBS는 1리터당 60만원 수준인데 반해 유산균 기반 배양액은 리터당 1100원 수준”이라며 “다른 연구기관에 판매도 하고 있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변형생물(GMO, 유전자를 변형해 키운 농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기술도 있다. 김현철 스페이스에프 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돼지 배아줄기세포주를 개발했는데, 배아줄기세포주의 특징은 한번 확보하면 무한대로 증식한다”며 “때문에 유전자 변형 우려를 해소하는 동시에 대량생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직 맞닥뜨리지 않은 허들도 많다. 예컨대 축산농가나 시민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축산업계는 배양육 시장이 커지면 고기 소비가 줄어들 수 있는만큼 우선 표시기준을 문제삼을 공산이 크다. 이제 막 싹이 튼 대체육이 ‘육류 코너’에서 판매되는 것을 반대하는 게 대표적이다.

식품기업들은 배양육 시장 확장을 위해 추후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우선 공략할 전망이다. 배양육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제도개선이 따라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배양육은 축산농가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이나 가축분뇨 등 환경문제부터 도축, 동물복지 등 윤리적 이슈에서 자유롭다”며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시장을 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마늘햄’ 넘어 ‘배양햄’ 품나…의성, 배양육 클러스터 유치 도전


경상북도가 의성군에 추진 중인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 계획/그래픽=윤선정

배양육 상용화가 가까워지면서 일반 고기 이상의 ‘고품질’ 배양육 생산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경상북도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의성군에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업들이 이곳에서 고급 세포배양 원료를 채취하고 고품질의 배양육을 제조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9일 경북도에 따르면 의성군이 추진하는 규제자유특구는 ‘더 나은 가축 조직(세포) 채취’가 가능한 산업 클러스터다. 배양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원료가 될 소량의 가축 조직 채취가 필요하다. 이 때 얼마나 활성화된 조직을 확보하는지가 완성된 배양육의 품질과도 직결된다. 이에 전용 클러스터를 통해 활성화된 조직 확보를 지원하고 기업들의 제품 경쟁력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클러스터에 규제자유특구 지정이 필요한 이유는 현행 동물보호법과 축산법상 식품을 만들기 위해 살아있는 동물 조직을 채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은 의료행위나 동물실험을 제외하면 동물에게서 조직·체액 등을 채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축산법은 소고기 도축 후 약 24시간이 소요되는 등급판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기업들은 냉동으로 보관된 가축의 조직을 채취하고 있다.

경북도는 규제자유특구에 법 예외를 적용, 살아있는 가축에서 조직 일부를 채취하는 ‘생검’을 허용하거나 등급판정을 받지 않고도 조직을 채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경북도는 “생검을 하게 되면 가축을 도축하지 않고도 조직을 확보할 수 있어 대량 축산과 불필요한 도축을 줄일 수 있다”며 “등급판정을 위한 급속 냉각과 시간 소요만 없어져도 기업들의 조직 채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도 생검이나 당일도축 조직을 활용하면 배양식품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본다. 배양육 스타트업
씨위드 측에 따르면 등급판정을 위한 급속냉동만 없어도 조직을 한 번 채취했을 때 생산량을 지금보다 28배 이상 늘릴 수 있다. 육류 모사성, 즉 맛도 좋아진다. 이희재 씨위드 대표는 “신선한 조직의 채취는 배양육 품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특구가 지정되면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생검 등은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는 평가다. 생검의 경우 국소마취 후 주사침 등을 통해 조직을 채취하기 때문에 가축의 생명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 채취하는 조직의 양도 몇 그램(g)이므로 채취 후 동물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경북도는 배양육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집중 육성에 나섰다. 지난해 이미 경북세포배양산업지원센터를 개관하고 엘엠케이, 네오크레마, 티리보스, 티센바이오팜 등의 입주를 지원했다. 아울러 영남대학교, 포스텍, 한국식품연구원, 일동후디스, 네오크레마, 다나그린 등 28개 기관과 ‘세포배양산업 클러스터’ 조성 협약도 체결했다.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씨위드를 포함해
티센바이오팜,
다나그린 등 배양육 스타트업들은 특구가 지정되면 의성에 지사 등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의성은 전국 최대 마늘산지로, 햄 등 다양한 식품에도 ‘의성’ 브랜드가 쓰인다.

경북 의성 세포배양산업 규제자유특구 지정 여부는 올 상반기 결정될 예정이다. 경북도는 “의성군에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가 조성되면 지역경제 활성화 뿐 아니라 국내 배양육 스타트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80조원 잡아라’ 글로벌 배양육 시장 선점경쟁 들썩…승자는


지난해 4월 스테이크홀더 본사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스테이크홀더에서 만든 배양육을 시식하고 있다. /사진=스테이크홀더

지난 1월 이스라엘이 쇠고기 배양육 판매를 승인했다. 지난해 6월과 7월, 각각 미국과 네덜란드가 닭고기 배양육 판매와 배양육 시식을 허가했다. 글로벌 배양육 산업이 꿈틀거리면서 시장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컨설팅회사 AT커니는 2040년 글로벌 배양육 시장이 4500억달러(약 580조원) 규모로 성장, 전체 육류 시장의 3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비중 40%인 일반 육류에 버금가는 수준이 될 거란 기대다. 배양육 관련 투자액은 2019년부터 매년 두 배씩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배양육 상용화에 대한 정부 정책 방향은 물론, 각 기업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양산에 성공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 美·英·이스라엘 등 글로벌 기업 증가세…닭·소고기 활발

미국 비영리 식품연구기관 굿푸드인스티튜트(GFI)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배양육 기업은 156개다. 2019년 69개에서 4년만에 2배 넘게 늘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미국 비영리 식품연구기관 굿푸드인스티튜트(GFI)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배양육 기업은 156개다. 2019년 69개에서 4년만에 2배 넘게 늘었다. 특히 2020년 12월 싱가포르에서 첫 배양육 판매가 허용된 직후인 2021년 42개의 신규 기업이 진입했다.

국가별로 미국기반 기업이 43개로 가장 많았으며 이스라엘과 영국이 각각 17개, 싱가포르 12개, 캐나다 9개, 한국 7개로 뒤를 이었다. 연구개발(R&D)을 위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 만큼 벤처투자가 활발한 나라 순으로 배양육 기업도 많은 셈이다.

이들 배양육 기업은 수직계열화 구조가 특징이다. 세포 추출, 배양액 생산, 지지체 설계 등 배양육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내재화해 배양육을 최종 생산까지 하는 게 목표다. GFI에 따르면 153개 기업 중 94개 기업이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춘 걸로 나타났다.

주요 개발 대상은 닭고기와 소고기다. 최근에는 푸아그라(거위 간)와 동물 지방을 배양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돼지고기의 경우 이슬람 문화권의 거부감 때문에 일단 제외된 것으로 풀이된다. 돼지고기 배양육을 개발 중인 업체는 스페인의 ‘바이오테크 푸드’, 중국의 ‘조스퓨처푸드’ 정도다.

■ 美, 350만달러 적극지원…유럽은 시장화에 시간 필요

현재 싱가포르, 미국,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4개 국가가 배양육 판매 혹은 시식을 허용했다. 한국은 배양육을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춘 상태다.

정부 차원에서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국립과학재단(NSF)과 농무부(USDA)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그로잉 커버전스 리서치'(GCR)다. 지속 가능한 배양육 생산을 위해 2020년부터 5년간 총 350만달러(약 46억4000만원)를 쏟아붓는다.

유럽 역시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 구축을 위한 일환으로 배양육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 대체 단백질의 가용성과 공급원 확대를 위한 전략을 선언하며 제도적 기틀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단 유럽 내 배양육 판매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유럽식품안전청(EFSA)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그리고 27개 모든 EU 회원국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22년 초 발표한 ‘제14차 국가 농업 및 농촌 과학 기술 발전 5개년 계획'(2021~2025년)을 통해 앞으로 육성할 미래식품 제조 기술 분야로 배양육을 꼽았다. 온실가스의 주 원인이기도 한 축산업을 대체할 미래산업을 선점하고 식량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 나스닥 상장사 스테이크홀더…배양육 상업화 MOU 체결

미국 나스닥 상장사 스테이크홀더의 3D 프린터로 만든 새우 /사진=스테이크홀더

배양육 시장에 대한 관심과 각국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IPO(기업공개)에 성공한 배양육 기업도 등장했다. 이스라엘의 ‘미테크3D’는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소고기와 닭고기, 장어, 새우 고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스테이크홀더’로 사명을 바꿨고 2021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243만주를 공모가 10달러30센트에 상장, 약 25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스테이크홀더가 개발한 3D 프린터는 올해 2월 현재 시간당 소고기 320㎏, 장어 268㎏, 닭고기 685㎏를 각각 생산할 수 있다. 지난달에는 이스라엘의 대체단백질 기업 와일러팜과 배양육 상업화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와일러팜은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사이 스테이크홀더의 3D 프린터를 설치, 본격적으로 배양육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양사는 연간 수십만달러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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