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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 K-수출품 만드는 산업용 전기, 주택용보다 비싸졌다

연합뉴스 조회수  

지난해 기준 판매단가 3.9원 더 높아…4년만에 처음

주택용보다 원가 낮지만 2년간 주택용보다 인상폭 커…한전 수익개선엔 도움

OECD 국가 대부분은 산업용보다 주택용 비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라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라인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전력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산업용 전기의 가격이 주택용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주요국에서는 배전 설비 투자가 적어 원가가 적게 드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 “산업용이 주택용보다 싼 건 옛말”

10일 한국전력 따르면 2023년 1킬로와트시(kWh)당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 판매 단가는 각각 153.7원, 149.8원으로 산업용 전기 판매 단가가 3.9원 높았다.

산업용 전기 판매 단가가 주택용보다 높아진 것은 2019년(산업용 106.6원, 주택용 105원)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산업용이 주택용보다 비싸진 것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해 2022년 이후 정부가 총 6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올려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더 많이 올려서다.

2023년 종류별 전기 판매 비중 및 단가
2023년 종류별 전기 판매 비중 및 단가

[한국전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전의 연간 전기 판매 단가는 요금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1년 108.1원에서 2023년 152.8원으로 41.4% 올랐다.

이 기간 주택용은 37.2%, 산업용은 45.7% 올라 산업용의 상승 폭이 더 컸다.

특히 정부는 가장 최근인 작년 11월 주택용 등 나머지 전기요금을 모두 동결하고 주로 대기업이 쓰는 대용량 산업용 전기만 kWh당 평균 10.6원 올렸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용 전기 단가가 주택용보다 높아진 일은 흔치 않다. 관련 통계가 나온 1961년 이후 산업용 전기 단가가 주택용보다 높았던 해는 2019년과 2023년 두 차례뿐이었다.

전체 사용 절반이 넘는 산업용 전기의 단가 인상은 200조원이 넘는 부채로 한해 이자로만 4조원을 넘게 쓰는 한전 수익 구조 개선엔 긍정적 방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작년 한전의 전력 판매량은 546테라와트시(TWh)로, 이 중 산업용 전기가 53%를 차지했다. 사용자 수가 많아 전기요금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택용 전기 판매량은 사용 비율로는 15%에 그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2022년 쓴 전력만 각각 2만1천731기가와트시(GWh), 1만41GWh에 달해 양사가 그해 낸 전기요금만 3조원대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의 입장에서 주택용보다 원가가 낮아 이윤이 많이 나는 산업용 전력 판매로 더 많은 수입을 거두면 수익성이 좋아진다.

삼성전자처럼 전기를 대량으로 사는 고객은 산업단지에 밀집해 주택용보다 배전 설비 구축이 효율적이고 고압으로 전기를 보내 배전 손실률도 낮다.

345킬로볼트(kV) 초고압 고객은 변전 과정 없이 고압 송전선에서 그대로 전기를 가져다 쓰기 때문에 한전 입장에서는 변전소 건설, 배전망 설치 등 투자비를 크게 아낄 수 있다.

주택에 전기를 공급하려면 지역별로 송전선에서 오는 고압 전기를 낮춰주는 변전소를 건설해야 하고, 각 가정까지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촘촘한 거미줄과 같은 배전망을 깔아야 한다.

주택가에 설치된 전봇대와 전선
주택가에 설치된 전봇대와 전선

[촬영 최원정]

◇ OECD 국가들, 평균적으론 산업용이 가정용보다 25% 싸

수출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유지해온 우리나라는 과거 경쟁력 확보 지원 차원에서 산업용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정책을 펴왔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산업용 전기 단가가 주택용의 50%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국제 에너지가 급등기를 거칠 때마다 이용자 수가 적어 ‘저항’이 상대적으로 약한 대용량 산업용 전기 가격을 더 많이 올림으로써 원가 요인까지 고려하면 ‘산업용 우대’ 정책 성격은 크게 옅어졌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전환이 빨라지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탈탄소를 명분으로 내건 새로운 통상 질서가 형성되면서 산업용 전기 가격 현실화를 통한 에너지 저소비 산업 재편과 전력 소비 효율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졌다.

실제로 한국의 값싼 전기요금이 통상 마찰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한국의 값싼 산업 전기요금이 철강업계에 사실상 보조금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자국에 수출하는 후판(두께 6㎜ 이상 철판)에 1.1%의 상계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지난달 ‘전기 덤핑’이 여전하다는 이유로 상계관계 비율을 2% 안팎으로 높이겠다는 예비판정 결과도 발표했다.

2022∼2023년 40%에 달하는 요금 인상에도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산업용과 주택용을 통틀어 세계 주요 선진국 대비로는 낮은 수준이다.

2022년 기준 OECD 주요국 산업용, 주택용 전기요금
2022년 기준 OECD 주요국 산업용, 주택용 전기요금

[한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작년 8월 내놓은 2022년 기준 에너지 가격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요금은 메가와트시(MWh)당 95.3달러, 106.8달러로 OECD 평균인 144.7달러, 196.1달러 대비 66%, 54% 수준이다.

다만 원가주의 원칙을 고려했을 때 산업용 전기가 주택용보다 낮은 ‘역전 현상’은 시장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전체 전기요금 조정과 더불어 부문별 전기요금 조정을 하는 데에도 원가주의 원칙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OECD 38개국 중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비싼 나라는 튀르키에, 리투아니아, 헝가리, 멕시코 정도다. OECD 평균으로는 산업용 전기가 주택용보다 25%가량 싸다.

전기위원장을 지낸 강승진 한국공학대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명예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OECD의 선진국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처럼 용도별이 아니라 공급 전압별로 요금을 책정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주택용보다 산업용이 싸게 공급되는 구조”라며 “원가가 싼 산업용 전기를 주택용보다 많이 받는 것은 경제 논리에는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표] 한전의 연도별 종류별 전기 판매 단가 추이

(단위 : 원/kWh)

평균 주택용 산업용 일반용
2019년 108.7 105 106.6 130.3
2020년 109.8 107.9 107.4 131.6
2021년 108.1 109.2 105.5 128.5
2022년 120.5 121.3 118.7 139.1
2023년 152.8 149.8 153.7 169.5

※ 자료 : 한국전력

cha@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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