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개인 자금 이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일본 증시 강세로 금과 가상화폐 등이 최고점을 기록하는 등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면서 투자 수요가 늘어난 데 반해 국내 증시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부터 이달 8일까지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8조7543억 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1월까지만 해도 코스피 주식 2조8611억 원을 순매수한 바 있다.
반면 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는 늘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2월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15억7779만 달러(약 2조826억8280만 원)이다. 이는 2022년 4월 이후 최대 순매수액이다. 3월 들어서도 2억8059만 달러(3703억7880만 원) 순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국내 증시 이탈에는 대내외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부적으로는 기대감을 높였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대에 못 미쳤던 면이 컸던 점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정부가 정책을 발표한 26일 코스피 지수는 저 주가순자산비율(PBR)주로 주목받던 업종에서 큰 내림세를 보이는 등 하락 마감했다.
외부적으로는 미국·일본 등 해외 증시 수익률 선전에 따른 해외 주식 투자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가 등락을 거듭하며 0.94% 수익률을 나타내는 동안 미국 나스닥 지수는 6.56%, S&P500 지수는 7.42% 상승했으며,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18.60% 급등했다. 닛케이225 지수는 지난달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3월 들어서는 4만 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장기 수익률도 해외 증시에 크게 밀리는 등 국내 증시 횡보세 장기화에 피로감을 느낀 개인 투자자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5년간 코스피 지수는 23.17%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 S&P500, 닛케이225 지수는 각각 109.21%, 81.53%, 85.02% 올랐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금 가격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증시를 대체할 수 있는 투자 수단들도 강세를 나타내면서 국내 증시 이탈 요인이 더욱 커졌다. 최근 비트코인은 사상 처음으로 7만 달러(약 9240만 원)를 돌파했고, 금 선물 가격 역시 트라이온스당 2185.5달러(288만4860원)로 마감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은 수출기업이 다수인 관계로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고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있어 경기 사이클에 따른 등락이 일반적”이라며 “이러한 현상이 반복된다면 투자자들의 관심은 점진적으로 장기적 성장이 보장되는 해외 증시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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