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12만명 방문…주요 기업 양산계획 등 발표에 배터리주 일제 상승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에도 중장기적 업황 개선 기대 반영된 듯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배터리업계가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서도 국내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가 큰 성공을 거두며 K-배터리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입증했다.
대중적 소비재가 아닌 기업 간 거래(B2B) 중심 제품과 기술을 다루는 행사임에도 10만명이 훨씬 넘는 인파가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는 점에서 이차전지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6∼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는 지난해(10만7천486명)보다 2만명가량 늘어난 약 12만명의 참관객이 방문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숫자 자체만 단순 비교하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의 방문자 수(13만5천명)와 차이가 크지 않다.
참가 규모도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 배터리 산업과 관련된 국가를 대부분 망라한 18개국 579개 업체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배터리셀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부터 포스코, LS, 에코프로 등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든 기업에 이르기까지 이차전지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대표 기업들이 참가했다. 이들 회사 대표도 전시장을 방문해 최신 제품과 기술 동향을 확인했다.
지난해부터 뚜렷해진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로 배터리업계도 당분간 전망이 밝지는 않지만, 이번 행사에서 K-배터리 기업을 중심으로 최신 기술과 차세대 제품 양산 목표 시점 등이 공개되면서 배터리 업계가 위축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하는 데는 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행사에서 국내 셀 3사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밝힌 것도 큰 관심을 끌었다.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는 개발 난도가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고 화학적 안정성으로 화재 위험은 낮추는 차세대 배터리다.
이미 파일럿 라인 구축과 샘플 생산까지 마친 삼성SDI는 2027년 양산 목표를 거듭 확인하면서 공정, 라인 셋업, 검증 등 세부 과정을 2단계로 구분한 양산 준비 로드맵까지 처음 제시했다.
SK온은 내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구축을 완료한 뒤 2029년까지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LG에너지솔루션은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개발하겠다”며 다소 늦은 2030년 양산 계획을 밝혔다.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차 업계에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 계획도 주목받았다.
삼성SDI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빠른 충전 속도를 갖춘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양산 준비를 올해 말까지 끝내겠다는 계획도 처음 공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르면 올 8월부터 4680(지름 46mm·길이 80mm) 배터리를 양산 예정인데 이어 삼성SDI도 내년부터는 46시리즈 양산 경쟁에 합류할 수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대표 배터리 기업들의 이 같은 발표는 주식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쳐 ‘반짝 랠리’로 이어졌다.
인터배터리 행사 둘째 날인 7일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도 전날 인터배터리 개막과 관련한 호재로 이차전지주가 강세를 보인 데 힘입어 사흘 만에 반등했다.
삼성SDI가 13.03% 급등한 것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3.23%), 포스코퓨처엠(2.10%) 등 다른 배터리 종목도 상승했고, 코스닥에서는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에코프로(0.33%)와 에코프로비엠(0.40%)만 올랐다.
국내 이차전지 종목으로 구성된 ‘KRX 2차전지TOP10’ 지수는 이날 코스피 상승률을 18배 이상 웃돈 4.3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상 B2B 업종 전시회를 찾는 업계 관계자들뿐 아니라 배터리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행사장을 다수 찾은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관련 기업과 구직자를 연계하는 부대행사 ‘배터리 잡페어’에는 6천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주요 기업들이 사업 현황과 비전, 근무 여건, 복지제도 등을 소개하는 기업설명회와 1대 1 멘토링을 통한 직무 상담 행사장에는 배터리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의 발길이 연일 이어졌다.
배터리 산업이 일시적 숨 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업계의 전방 수요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그에 따라 배터리 분야 진출도 여전히 유망해 보인다는 구직자들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명규 배터리산업협회 회원지원실장은 “전기차 시장 자체의 성장이 꺾이거나 후퇴한 상황은 아니어서 현재 다소 회의적인 시장 전망을 돌려보고자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행사를 준비했다”며 “시장에서 보여주는 제품 외에도 차세대 배터리나 여러 기술이 준비되고 있음을 보여준 기회”라고 말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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