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팀 “곰팡이 발광 메커니즘 규명·활용…스스로 빛내는 꽃 상품화”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빛을 내는 버섯 등 곰팡이류의 발광 메커니즘을 이용해 화초나 나무 등 식물은 물론 동물 세포가 스스로 빛을 내게 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로 발광 식물을 만드는 것은 이미 미국 농무부(USDA)의 허가를 받아 상품화가 진행되고 있다.
영국 MRC 의과학연구소·미국 바이오벤처 라이트바이오의 캐런 사르키시안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9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곰팡이 생물발광 메커니즘을 활용해 식물과 동물 세포에 자율발광 기능을 부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많은 열대 버섯 종은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낸다. 이 발광 메커니즘은 건강한 식물의 신진대사와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 연구 결과는 식물에 스스로 빛을 발산하는 고유 기능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생물발광 경로에서 가장 복잡한 반응을 수행하는 식물 효소인 히스피딘 합성효소(hispidin synthases)를 발견하고, 이 효소와 버섯에서 발견되는 다른 필수 생물발광 효소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경로를 개발했다.
사르키시안 박사는 이 하이브리드 경로는 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 and play) 방식으로 동식물에 주입되면 분자 생리학적 작용을 빛의 변화로 시각화할 수 있다며 이를 이용해 식물 내부의 미묘한 변화를 빛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식물 고유 유전자 하나가 곰팡이 유전자 2개를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으면서도 크기는 훨씬 작고 발광에 필요한 생물학적 요건이 더 간단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유전자 크기가 작아지면 사용성과 유연성이 향상돼 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르키시안 박사는 “생체발광 경로는 효모 등 다른 종과 인간 세포에서도 빛을 내도록 기능이 제대로 구현됐다”며 “이 기술은 미학적 측면을 넘어 질병 진행을 관찰하고 약물 후보를 선별하는 데 활용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어 사르키시안 박사가 공동 설립한 미국 식물 합성생물학 벤처기업 라이트바이오(Light Bio)와 공동으로 이 연구 결과를 피튜니아에 적용,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꽃을 만들었다.
판매용으로 개발된 이 꽃은 빛을 내는 꽃봉오리가 반딧불이를 닮았다는 의미에서 ‘반딧불이 피튜니아'(Firefly Petunia)라는 제품명이 붙여졌다.
라이트바이오 측은 미국 농무부가 지난해 9월 반딧불 피튜니아를 미국 전역에서 재배 및 사육하기에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4월부터 국내 48개 주에서 한 그루에 29달러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출처 : Science Advances, Karen Sarkisyan et al., ‘A hybrid pathway for self-sustained luminescence’, https://doi.org/10.1126/sciadv.adk1992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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