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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비상인데 주범인 ‘사과’ 수입 머뭇…알고보니 속사정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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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비상인데 주범인 ‘사과’ 수입 머뭇…알고보니 속사정 있었다?
이달 6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한 상인이 사과를 팔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부·여당이 과일값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올 1월 2%대로 떨어져 안정세를 찾는듯 했던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지난 2월 다시 3%대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와 함께 물가를 밀어올린 주범은 사과를 필두로 한 과일이다. 지난달 과일값은 전년보다 38.3% 급등해 32년 만에 최고 오름폭을 기록했고 그중에서도 사과(71.0%), 배(61.1%) 등 신선 과실이 물가 전반의 눈높이를 올렸다. 지난해 장마, 폭염 등 각종 이상 기후로 일조량이 줄고 탄저병까지 겹치며 과일 농사에 흉작이 든 탓이다.

물가는 각종 민생 현안 중에서도 민감도가 큰 항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두 달 간 전국 각지에서 민생토론회를 개최하며 민생 행보를 펄쳤는데, 정작 시민들이 매일 같이 접하는 식재료 등 생활 물가가 불안정할 경우 민생 모드에 흠집이 날 수 있다. 하루속히 ‘외국산 사과’ 수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지만 정작 정부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반응이다. 사과 수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사과와 배는 햇과일 출하 전까지 가격 강세가 불가피하다”고 선을 그었다.

물가 비상인데 주범인 ‘사과’ 수입 머뭇…알고보니 속사정 있었다?

우리 정부가 사과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 건 검역상의 이유 때문이다. 과실파리 등 국내에 없는 병해충이 따라 들어와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성이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32년 만에 과일값이 최대 폭으로 오른 비상 상황 속에서도 정부가 수입에 선 긋는 배경에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국내 사과 농가는 영주·문경·의성·안동 등 경북 지역에 밀집돼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경북의 사과 생산량은 27만 7942톤으로 국내 생산량의 65.8%를 차지한다. 경북은 대표적인 보수 진영의 텃밭으로, 사과 수입은 지역 농민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초대형 이슈다. 실제 총선을 한 달 남긴 여당에서는 사과 수입 요구가 나오는 걸 탐탁치 않아 하는 기류가 강하다. 국내 사과 주산지를 지역구로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사과 수입은 농가로부터 결사 반대할 일로, 최근 사과 농가로부터 관련한 간담회 개최 요청이 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과 시장을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개방 무역의 이점을 누리며 부흥의 역사를 써 내려간 대한민국이 유독 사과에 대해선 폐쇄적 공급 구조를 유지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건 간단치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식량 주권을 이유로 자국 농산물에 대한 일부 보호정책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코로나19 이후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로 국민들이 경제적 고통이 심각하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소비자 편익’과 ‘농산물 보호’ 사이의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할 시기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30년간 일본·미국·독일 등 11개 국가가 우리나라에 사과 검역 협상을 신청했는데, 속도가 가장 빠른 일본이 총 8단계의 검역 중 5단계까지 오는 데 20여 년이 걸렸고 이마저도 2015년부터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사과의 수입 제한을 정치권과 연결 짓는 시각에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우리나라에 수출을 원하는 해외국조차 높은 자급률, 낮은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실제 수출에 대한 의지가 크지 않을 뿐더러 국내 정치적 이슈로 수입을 막는 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사유에 해당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 사과의 평년 kg당 가격은 5000원 이상이라 우리나라보다 비쌀뿐더러 관세까지 붙으면 그 시장가는 그 이상”이라며 “상품 수입 시 훈증 소독을 해야 하는데, 화학물질이 뿌려진 상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 말했다. 또한 수입 검역 협상이 공회전하는 상황에 대해선 “국제규범에 따라 수출국은 검역 방안을 상대국에 전달해야 하는데 그 방법에 대한 제시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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