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차파트너스, 사실상 박철완 개인 대리…경영권 분쟁 의도”
차파트너스, 위법행위 금지 청구서 발송…”주주 의결권·제안권 침해”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송은경 기자 =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를 앞두고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와 손잡은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이 자사주 소각 요구 등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이어가자, 금호석유화학이 “흔들림 없이 주주가치 제고에 집중하겠다”며 차파트너스 측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양립 가능한 주주총회 의안을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공고해 권한을 남용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금호석유화학은 8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차파트너스는 박 전 상무 개인을 대리하는 것”이라면서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이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는 일방적 주장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박 전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특별관계인이 된 차파트너스는 이사회 결의가 없어도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 올해 말까지 자사주의 50%를 소각한 뒤 내년 말까지 나머지 50%를 소각하는 안 등을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지난 4일에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주주제안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 간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한 소액주주 권리 제고 활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은 “차파트너스는 사실상 박 전 상무 개인을 대리해 움직이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차파트너스가 주장하는 소액주주 가치 제고와 무관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과거 다른 회사를 대상으로 한 주주제안 당시 차파트너스는 대상 회사들의 지분 1∼3%를 보유해 스스로 주주제안 요건을 갖췄다”며 “반면 이번에는 권리 행사 주주 확정 기준일인 작년 말 기준 불과 20주를 보유한 주주였으며, 주주제안 시점인 올해 2월 기준 보유 주식은 7천여주에 불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주제안권자로서 요건을 구비하지 못했고, 박 전 상무와 공동보유계약을 통해 주주제안권을 위임받아 주주제안을 한 점으로 미뤄 전체 주주가 아닌 박 전 상무 개인을 대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금호석유화학이 기보유 자기주식의 50%를 3년간 분할 소각하고, 나머지는 장기적 관점에서 주주들과 소통해 처분 또는 소각하기로 결정했음에도 차파트너스가 ‘나머지 자기주식이 총수 일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경영권 분쟁 의도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석유화학 산업 불황기에 따른 회사의 재무 건전성 약화에 대비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확장 및 신규 사업 진출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나머지 50% 자기주식을 보유함으로써 향후 자본 조달의 여러 선택지를 마련하는 것이 중장기적 시각에서 기업가치에 더욱 부합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단시일 내 자기주식 전량 소각이 주가 부양을 보장할 수 없으며, 오히려 섣부른 자기주식 처분은 향후 재무적 유동성이 필요한 시점에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는 리스크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호석유화학은 차파트너스의 주장에 대해 “회사 정책의 본질을 호도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라며 “회사는 단 한 차례도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처분한 적이 없고 향후에도 이를 목적으로 처분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차파트너스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 의안과 분리선출 사외이사 선임 의안을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상정해 주주권을 침해했다며 이사들을 상대로 위법행위 유지(留止)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낸 2-1호 의안은 자사주 처분·소각에 대한 주요사항 결의 주체를 이사회로 뒀다. 차파트너스가 주주제안한 2-2호 의안은 이사회가 자사주 소각을 결의할 수 있되 주주총회 결의가 있는 경우 이사회 결의가 없어도 소각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2-1호와 2-2호는 택일적이고 양립 불가능한 의안으로 상정됐다.
차파트너스는 “2-2호 의안은 이사회 의안인 제2-1호 의안이 정한 이사회가 상법에 따라 자기주식의 처분 및 소각에 대한 주요사항을 결의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항이 전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호석유[011780]는 양립 가능한 이사회안과 주주제안안 중 하나가 가결되는 경우 나머지는 자동으로 폐기된다고 공고했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선임의 경우 금호석유화학 측 의안(4-1호)은 최도성 한동대 총장을, 차파트너스 측 의안(4-2호)은 김경호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추천하는 내용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주총소집 공고에서 ‘두 의안 중 하나가 가결되는 경우 나머지는 자동으로 폐기된다’고 안내했다.
이에 대해서도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가 이사회 후보에 대한 표결을 먼저 진행한 후에 주주제안 김경호 후보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경우(순차 표결 방식) 이사회 추천 최도성 후보자 선임의 건이 가결되면 주주제안 김경호 후보 선임의 건에 대해서는 주주들이 찬반 표결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며 부당함을 주장했다.
또 분리선출 사외이사 후보자가 여러 명일 경우 일괄 표결 방식으로 진행할 것을 요청했으나 주총 소집공고에 이러한 내용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의 이사회가 주주총회 의안 상정에 관한 권한을 남용해 주주의 의결권과 주주제안권을 침해할 수 있는 시대착오적 꼼수를 선택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이달 13일까지 시정 요청을 받아들일지 주주들에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금호석유의 이사들이 본 주주총회 절차 진행과 관련한 위법행위를 시정, 유지하지 않을 경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제반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22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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