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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샌디에이고에 메모리·파운드리 고객사를 맞이할 유치거점을 세웠다. 제품 기획부터 개발, 서비스, 후속 관리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생애주기 전 과정을 고객과 함께 구상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각 고객사의 개별화된 요구에 대응하겠다는 ‘커스텀’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디바이스솔루션(DS) 산하 메모리·파운드리 고객 사무실을 개소했다. 이곳에선 미국 고객사와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다. 메모리·파운드리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직접 듣기 위해 만들어졌다. 제품 설계와 엔지니어링 과정에 반영해 기업 저마다 원하는 성능을 갖춰 각 고객사에 특화된 ‘맞춤형 제품’으로 제작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최근 커스텀을 반도체 사업의 전략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응용별 요구사항에 기반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시장에 제시하며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송용호 부사장은 지난해 8월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3’에서 “앞으로 고객 경험 향상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고객과의 전방위 협력을 통해 최적화된 메모리 솔루션 제공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인공지능) 열풍으로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최근 반도체 업계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당초 메모리 반도체는 저가 제품을 많이 파는 ‘박리다매’형 저부가가치 구조였다. 하지만 용량부터 대역폭까지 용도에 맞춘 제품을 원하는 수요가 늘면서 기존 범용은 물론 고부가제품까지 다변화하는 요구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반도체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메모리 상품기획실’을 신설했다. 제품 기획부터 사업화 단계까지 그동안 분산돼 있던 고객 기술 대응 부서들을 하나로 통합해 만든 조직이다. HBM(고대역폭메모리)·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메모리 모듈 등의 세부 스펙을 개별 소비자와 협의하고, 요구 사항에 맞춰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무소를 앞서 샌디에이고 지역에 운영하던 메모리 시스템 LSI R&D(연구개발) 센터 및 메모리·파운드리 영업소 등 2곳과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캘리포니아 남부에 다수 위치한 팹리스 등 관련 고객사 및 관계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신규 고객사 유치를 위한 영업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샌디에이고는 캘리포니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퀄컴 등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반도체 공룡의 본사는 물론 이들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까지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반도체 수요가 큰 멕시코 국경과 20㎞밖에 떨어지지 않아 북미 지역 고객처 다변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타 미국 기업 대비 기술적으로 뒤지지 않는다는 강점을 계속 내세워 미국 팹리스들의 수주를 늘려야 한다”며 “특히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는 물론 패키징 공정까지 일련의 턴키 방식의 강점을 내세워서 고객한테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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