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가득하다. 주택 가격은 내림세가 지속되고 거래는 말 그대로 가뭄이다. 고금리에 고분양가가 더해지면서 미분양·미계약이 속출한다. 하지만 ‘무풍지대’는 있다. 수십억 원은 있어야 살 수 있는 초고가 주택이다.
여기저기서 집값 하락 걱정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100억 원이 넘는 아파트는 다시 한번 최고가를 경신했고 수도권에서 3.3㎡(평)당 3000만 원 안팎의 단지가 고분양가 논란을 겪는 것과 정반대로 평당 1억이 넘는 아파트는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
8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 한남’은 지난해 8월 180억 원에 거래됐다. 평균 12억 원 정도(KB부동산 2024년 2월 기준)인 서울 아파트 15채를 살 수 있는 가격으로 역대 아파트 최고가 기록이다. 이는 2022년 최고가를 찍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129’의 145억 원과 파르크 한남 최고 가격인 135억 원을 동시에 넘어선 것이다.
파르크한남은 전용면적 281~325㎡ 총 17가구로 구성된 한강 변 단지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가수 태양 등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6월 준공된 이후 총 7건의 거래가 있었는데 최저 가격이 2021년 8월 계약된 100억 원이다. 그해 11월과 12월에는 각각 117억 원, 120억 원에 매매되면서 2021년 아파트 최고가 거래 기록을 연달아 경신했다.
파르크한남의 최근 거래가는 최저가와 비교해 80%, 2021년 최고가보다는 50% 높다. 한국부동산원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가 2021년 12월 104.6에서 96.2로 8%가량 하락한 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234㎡는 작년 10월 110억 원에 팔리면서 단지 최고가를 새로 썼다. 1612가구 중 8가구밖에 없는 펜트하우스로 해당 주택형 거래는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5월 87억 원에 팔렸던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 전용면적 301.47㎡는 지난해 7월 99억 원에 손바뀜하면서 단지 최고가 기록을 바꿨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3월 110억 원, 8월 103억 원)과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갤러리아포레(100억 원)도 1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을 포함한 지난해 50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모두 150건이다.
분양시장에서도 고가 아파트의 강세가 나타났다. 국내 최고 분양가로 화제를 모은 서울 광진구 광장동 ‘포제스 한강’은 올해 1월 청약에서 106가구 모집에 1062명이 접수해 평균 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가구를 모집한 전용 84㎡는 1순위 해당 지역에서만 368명이 청약해 18.4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현재 이 평수는 모두 완판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제스 한강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억1500만 원으로 최고가 기준 84㎡는 44억 원이다. 계약금만 현금으로 4억4000만 원이 있어야 도전해볼 수 있는 가격대다. 115㎡는 52억 원, 123㎡는 635억 원에 분양된다. 213~244㎡의 분양가는 128억~160억 원이다. 많으면 수십억 원의 현금이 필요하지만, 일부 평형 완판을 비롯해 초기 계약률 70%를 이미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초고가 주택은 일반 아파트와 수요층도 가격 형성 방식도 완전히 다른 별개의 시장이라 부동산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희소성이 큰 데다 100억 원 안팎을 동원할 수 있는 자산가들이 자신의 지위를 보여주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아 높은 가격을 형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술품 가격이 소장자의 이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거주하면 프리미엄이 더 붙게 된다”며 “일부 단지는 돈만 있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기존 입주민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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