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운전경력인데 위법 몰랐다”…고속도로 달리다 줄줄이 적발
경기 남부서만 하루 18건 적발…내달까지 전국 주요 지점서 특별단속
(평택=연합뉴스) 김솔 기자 = “내가 화물차 운전만 수십 년을 했어요. 근데 이런 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네요.”
7일 오후 3시 20분께 평택시 포승읍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서평택요금소에서 경기남부경찰청이 실시한 ‘화물차 정비 불량·과적 행위 특별단속’ 현장.
차량 탁송용 15t 트레일러 1대가 요금소 입구를 지나자 대기 중이던 경찰관들이 곧바로 인근 갓길에 안내한 뒤 운전기사에게 하차하도록 했다.
이 트레일러 뒤편에 설치된 수십㎝ 길이의 접이식 철판은 용접돼 접히지 않는 상태였다.
주행 중에는 이 철판을 접어야 하지만, 한 대라도 더 많은 차량을 싣기 위해 이처럼 불법 증축을 하는 경우가 잦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단속 현장에 동행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 안전단속원이 동일 차량 모델의 설계도를 확인한 결과, 이 트레일러의 뒤축부터 최후방까지 길이는 3천400㎜로 설계도에 표시된 2천225㎜보다 훨씬 길었다.
운전자 A(47) 씨는 자동차 안전단속원이 위반 사항을 언급하자 한동안 “차량을 개조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에 경찰관이 차량 적재함에 걸어 들어가 고정되지 않은 채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밧줄과 철제부품 등을 들어 보이며 “이런 게 떨어지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재차 지적하자 A씨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경찰은 자동차관리법 제34조(자동차의 튜닝)를 위반한 혐의로 A씨를 형사 입건했다. 또 번호판을 제대로 고정해야 한다고 안내하며 정비 명령을 내렸다.
평택항과 불과 5㎞가량 떨어져 있어 대형 화물차가 자주 오가는 이곳에는 단속이 이어진 1시간 만에 화물차 여러 대가 각기 다른 이유로 적발됐다.
오후 3시 50분께에는 요금소를 지나던 5t 화물차 1대가 적재장치를 임의 변경해 단속에 걸렸다.
이 화물차는 차량 양옆에 임의로 철제 칸막이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불법 개조된 상태였다.
자동차 안전단속원이 지난해 11월 진행된 이 차량의 검사기록을 조회해보니 검사 당시에는 칸막이가 설치돼있지 않았다.
이 화물차 기사 B(70) 씨는 평택 포승공단에서 탁송 업무를 마친 후 귀가하던 길이었다.
그는 “젊을 때부터 화물차를 몰아왔다”면서도 “이런 게 잘못된 것일 줄은 잘 몰랐다”고 말했다.
B씨 또한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돼 현장에서 진술서를 작성한 뒤 귀가했다.
이 밖에도 이날 오후 단속 현장에서는 타이어가 심하게 마모돼 이곳저곳이 갈라진 상태로 운행하거나, 충분한 적재공간을 확보하지 않은 채 27t의 철제코일을 빼곡히 운반하는 등의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대부분 아찔한 인명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커 보이는 사례들이었다.
경찰은 이들에게도 정비 명령을 내리고 범칙금 4만원 및 벌점 15점을 부과하는 등 조처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관내 주요 고속도로에서도 암행 순찰차와 교통 순찰차를 각각 2대씩 투입해 정비 불량 화물차를 단속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2시간반 만에 경기남부경찰청이 실시한 단속에서는 총 18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경찰청은 이달 4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각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한국도로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화물차의 불법 행위를 단속 중이다.
이번 단속은 지난달 25일 오후 안성시 공도읍 승두리 경부고속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화물차의 바퀴가 빠지면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계기로 추진됐다.
당시 도로를 달리던 25t 화물 트레일러의 뒤편 타이어 1개가 분리돼 반대편에서 오던 관광버스의 앞 유리를 깨고 들어가면서 운전기사와 승객 등 2명이 숨졌고 다른 승객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단속기간 정비 불량, 과적, 추락 방지조치 위반, 불법 개조, 판스프링 불법 장착, 속도제한장치 해제 등 화물차의 교통안전 위협 요인을 단속·수사한다.
단속 첫날인 지난 4일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전국에서 집계된 적발 건수는 147건(적재 불량 107건, 정비 불량 40건)이다.
문숙호 경기남부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장은 “화물차 운전 기사분들께서 출발 전 항상 차량 상태를 정비하고 떨어질 만한 물건이 없는지 확인해주신다면 사고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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