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경제대국 브라질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주요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브라질 정부가 \’브라질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본격 시작하면서 한국 현대차를 포함한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 러시\’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여기에 중남미 시장 강자인 스텔란티스마저 참전 계획을 밝히면서 업체들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 엠마뉘엘 카펠라노 남미 총괄은 이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 2030년까지 300억 헤알(약 8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피아트, 푸조, 지프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는 혼합연료차량(FFV)에 전기모터를 단 하이브리드 차에 주력하고 배터리 전기차 생산에도 나설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2025년부터 2030년까지 40종의 새로운 차를 출시하고 8개의 파워트레인도 새로 개발할 예정이다.
FFV는 에탄올 또는 메탄올과 휘발유를 혼합한 연료를 사용하는 차로, 브라질에서 이 차량의 비중이 앞도적으로 높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전체 판매된 자동차 중 FFV가 차지한 비중이 84.5%에 달했다.
타바레스 CEO는 “남미는 모빌리티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2030년까지 전체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각각 20%, 80%로 설정했다고 FT는 전했다.
스텔란티스는 남미 시장 강자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남미에서 스텔란티스가 판매한 자동차는 87만 8000대로, 24%에 육박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특히 브라질에 판매된 자동차가 68만 6000대로 집계돼 시장 점유율은 31.4%에 달했다. 또 지난해 브라질의 판매량 1위 브랜드는 21.8% 점유율을 차지한 파이트로 나타났다.
스텔란티스에 앞서 한국 현대차,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중국 비야디(BYD) 등도 줄줄이 브라질에 투자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달 22일 룰라 대통령과 만나 “수소 및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이 기여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 참여하겠다”며 2032년까지 55억 헤알(약 1조 4777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GM은 지난 1월 2028년까지 브라질에 70억 헤알(약 1조 8808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폭스바겐은 지난달 1일 2026년부터 2028년까지 90억 헤알(약 2조 4128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도요타는 지난 5일 2030년까지 110억 헤알(약 2조 9555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작년부터 브라질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는 30억 헤알(약 8058억원)을 들여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 만리장성자동차도 20억 헤알(약 537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와 하이브차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브라질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배경엔 브라질 정부가 브라질판 IRA로 불리는 \’그린 모빌리티 혁신(Mover) 프로그램\’을 지난해 12월 발표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브라질은 탈탄소 부문에 투자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총 190억헤알(약 5조1000억원) 규모의 감세 및 보조금 혜택을 부여한다.
브라질은 또 2023년 기준 세계 9위 경제대국(국내총생산 2조 1268억달러)이자 세계 6위 자동차시장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타바레스 CEO는 “우리의 모든 투자는 브라질 정부의 Mover 프로그램과 일치한다”며 “이 프로그램은 브라질을 안전하고 청정하고 접근 가능한 모빌리티의 새로운 단계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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