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이유로 코스피를 등한시했던 외국인들이 앞다퉈 반도체와 자동차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주가가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코스닥 시장에서도 전자, 자동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주가가 덩달아 뛰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나선다는 소식이 처음 공개된 지난 1월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최애 매수 종목은 현대차(1조7547억원)였다. 현대차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최대 수혜주로 부상했다.
2위는 SK하이닉스로 순매수 금액은 1조4131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삼성물산, 기아, 삼성전자, KB금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SK스퀘어,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담았다. 이들 대부분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제조업이 6개, 금융업이 4개로 제조업 비중이 높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국내 전자, 자동차 업체에 부품, 소재를 공급하는 코스닥 소부장 업체들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가온칩스, 서진시스템 주가는 각각 11.46%, 49.55%, 10.91% 상승했다. 이들은 모두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포함되기도 한다.
소부장 업체 강세는 미국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관련이 있다. 글로벌 증시에서는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AI가 메가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AI 시대 핵심은 차세대 반도체다. 소부장 경쟁력이 높아야 한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 사업본부장은 “AI라는 거대한 전방산업 출현으로 한국 반도체 위상이 재평가되고 있다”며 “차세대 반도체를 위한 독점 기술을 보유한 소부장 기업의 성장이 주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I 반도체 소부장주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반도체 경기의 바로미터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장중 5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생성형 AI는 온 디바이스 AI(기기 자체에 포함된 AI)를 통해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며 “고성능 저전력 메모리 탑재와 주문형 반도체 개발 중요성이 커지면서 메모리,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의미 있는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시아권 7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반도체와 자동차 제조 산업 생태계와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 차원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으로 증시 체질 개선에 나선 데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호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보고서를 통해 “연초 이후 한국 주식시장 상승은 외국인 매수에 의존하고 있는데 국내 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두 가지 분야인 반도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주는 모두 외국인들이 사고 있는 주식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세 분야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선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미국발 인공지능(AI) 관련 이벤트와 한국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정책 모멘텀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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