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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대규모 보조금을 주겠다는 미국의 유혹에 170억 달러 대규모 현지 투자에 들어간 삼성전자가 노심초사 중이다. 막상 미국은 인텔과 마이크론 등 자국 반도체기업을 키우고 싶어해서다. 지난해 12월부터 보조금은 총 3차례 진행 됐지만 모두 미국 기업들이었고 100억 달러 이상 첫 대규모 지급은 결국 인텔이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 견해다.
특히 11월 대선을 앞 둔 시점, 표 안되는 삼성 보다는 자국기업을 돕는 데 팔이 굽을 수 밖에 없다는 시각과 ‘아메리카 퍼스트’와 전통산업 부활을 외치는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 이마저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미국이 노골적인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고 평가한다. 보조금 지급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반도체산업에서 자국 기업들이 서로 공조하는 끈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1일 열린 인텔의 첫 파운드리 포럼 ‘인텔파운드리 서비스(IFS)’에서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을 비롯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까지 포럼에 등장해 인텔 파운드리 사업에 아군을 자처했다.
러몬도 장관은 포럼에서 “인텔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수호자(챔피언)”라며 “실리콘(반도체)을 실리콘밸리에 돌려주자, 대만과 한국에 넘어간 반도체 주도권을 미국이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인텔은 2030년까지 2위로 올라서겠다고 화답했다. 세계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를 겨냥한 발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170억 달러(한화 22조7000억원)을 들여 미국에 파운드리 생산거점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공조는 위기 요소로 비춰진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올 연말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애플·퀄컴·엔비디아·MS 등 강력한 팹리스와 빅테크들이 가장 중요한 잠재적 고객사이지만 자국기업간 동맹관계가 끈끈해 질 수록 수주 기회를 잡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는 “미국 내에서 인텔 파운드리와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미국의 전략은 강한 팹리스를 이미 갖고 있으니 인텔에 파운드리를 주고 메모리는 마이크론에게 맡기는 것이 미국이 벌이고 있는 큰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한테는 나쁜 시나리오”라며 “우리가 파운드리에서도 2나노에서 인텔보다 더 잘해야하고, 메모리도 마이크론보다 더 잘해야한다. 오롯이 기술력만으로 극복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미국은 현재 반도체 생산의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생산 비율을 절반까지 끌어올리고자 한다. 전략 변화에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건 것은 바이든 행정부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반도체와 관련해 미국이 연구개발과 설계에는 강하지만, 제조는 해외, 특히 아시아 의존도가 높다고 진단했고, 이후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및 장비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포함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2022년 발효시켰다. 정부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인텔은 “20% 수준인 미국의 반도체 제조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하이테크 보다는 정통 제조업에 관심이 많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 되면 삼성 등 국내기업에 대한 지원은 더 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미중 갈등은 더 심화하면 생산 거점 전략은 더 극단적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결국 기술력에 초점을 둬야한다는 제언이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기술적으로 뒤지지 않는다는 강점을 계속 내세워야 한다”며 “특히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는 물론 패키징 공정까지 일련의 턴키 방식의 강점을 내세워서 고객한테 강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생산라인 확충하고 미국 팹리스들의 수주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더 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종환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정부 지원은 미국 일본 대만 중국 포함해서 반도체에 지원 규모와 속도가 한국 대비 빠르고 크다”며 “세계 반도체 동향이 너무나 빨리 바뀌고 전 국가적으로 집중 투자를 하고 있기에 반도체도 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요한 시기”라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도 더 속도를 내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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