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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플랫폼경쟁촉진법은 미국 기업만 차별하는 불공정한 법입니다. 이 법안이 현실화되면 무역확장법 301조(불공적 교역 관련 구제조항) 발동 등 양국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랍니다.”
클리트 윌렘스(사진)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은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절정에 달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 백악관 NEC 부위원장을 지냈고 미 무역대표부(USTR), 하원 예산위원회 등에 몸담아 국제통상과 법률 등에 가장 정통한 공화당 인사로 꼽힌다. 윌렘스 전 부위원장은 정부 및 주요 기업에 대한 자문 등을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윌렘스 전 부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법에 대해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이 법은 반경쟁의 원리를 담고 있고 중국 기업 등은 겨냥하지 않고 있다. 공정하지 않은 법안”이라며 “법안 발의가 현실화되면 한미 통상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과 주요 경제 부처의 핵심 관계자와 만난 비공식 미팅에서 미국 정재계의 이 같은 단호한 입장을 전달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특히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 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플랫폼법의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 당시 주요 관료들은 이미 각종 기고문 등을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이러한 차별적 행위는 용인되기 어렵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다르게 무역법 301조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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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관심이 큰 반도체지원법과 관련해서는 삼성전자 등 해외 기업에 대한 보조금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글로벌파운드리스에 15억 달러(약 2조 4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예비 협약을 체결했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업체다. 반면 미국 ‘반도체지원법’ 보조금을 신청한 삼성전자는 아직 보조금 규모 등을 통보받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도체지원법 폐기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과 관련해 윌렘스 전 부위원장은 “미국은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단일한 공급망을 갖는 것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며 “보조금 지급 시 한국 등 외국 기업보다 미국 기업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fiff·보복관세)에 대한 트럼프 후보자의 의지가 남다르다는 점도 공개했다. 트럼프 후보자의 사전 공약집인 ‘어젠다47’에서 공개한 상호주의 관세는 상대국이 미국산 제품에 대해 부과한 관세 비율만큼 똑같이 상대국에 부과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국제적으로 협상력이 평쥰화되려면 관세가 먼저 평준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입법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후보자와 공화당 내에서 공감대는 마련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에서 일할 때 직접 담당했던 분야라 관세 불균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미국이 평균적으로 3배가 넘게 부담하고 있는 관세는 공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붙이겠다는 정책 등에는 선을 그었다. 전세계 모든 단일 품목에 일괄적으로 무역법 301조나 232조(국가안보 위협 시 수입량 제한·관세 부과 권한)를 발동할 수 없고, 긴급경제권한법(IEEPA)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에서 논란이 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는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IRA를 폐기하려면 의회가 나서야 하는데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대신 “재무부 하위규정 등 행정부 차원 조치를 통해 IRA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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