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가동하려면 막대한 전력 필요…핵융합·SMR에 민·관 투자 나서
AI(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자체 AI칩 개발에 나서는 등 대규모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샘 올트만 오픈AI CEO와 저커버그 메타 CEO는 기술 동맹군 확보를 위해 연달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을 찾기도 했다.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기술 투자 뿐 아니라 전력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AI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1개 국가가 사용하는 만큼의 전력량이 요구된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핵융합, SMR(소형모듈원자로) 투자에 뛰어든 가운데 SMR 얼라이언스를 구축한 한국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5~19일(현지시간) 각국 정상 및 주요 기업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 세계경제포럼(WEF), 이른바 다보스포럼에서는 ‘AI’와 ‘에너지’가 함께 언급돼 눈길을 끌었다.
샘 올트만 CEO는 이 자리에서 “미래 AI에서는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게 될 것”이라며 “에너지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융합, 태양광 발전 및 저장 기술이 AI를 위한 길이라고 했다.
올트만 CEO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생성형 AI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가장 종횡무진하는 기업인 중 하나다. 그는 자체 AI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글로벌 전역을 두루 다니며 투자자와 생산업체를 찾고 있다.
자본 조달 규모는 5조~7조 달러(약 6600조~9300조원)로 그의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 투자 ‘1경’ 시대를 여는 셈이다. 말도 안되는 금액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나, 일각에서는 그가 그리는 AI 청사진에서 에너지 인프라가 포함된다면 터무니없는 수치는 아니라고 본다.
빅테크들의 초점은 AI 사용이 늘어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소비를 어떻게 감당하느냐에 맞춰져 있다. AI는 대규모 데이터 연산, 학습, 추론, 공유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전기를 다량으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특히 AI 서버를 돌리는 데이터센터는 수천 개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와 프로세서 등이 데이터를 처리·저정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열을 발생시키는 데, 이를 냉각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전기를 쓴다. 서버 구동 뿐 아니라 유지를 위해서도 막대한 에너지가 사용되는 셈이다.
이에 뉴욕타임즈는 지난해 10월, 3년 뒤인 2027년 AI 서버가 1년에 85~134테라와트아워(Twh)를 사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스웨덴이 1년에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생성형 AI 수요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글로벌 전역 곳곳에서 AI를 사용하게 되면 전력 수요는 감당하기 힘들어질 정도로 폭발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제어하려면 그만큼 막대한 에너지를 확보해야 하는 데, 글로벌 기업과 각국에서는 핵융합 발전, SMR에서 방법을 찾고 있다.
“획기적인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올트먼은 핵융합 발전 투자에 적극적이다. 그는 2021년 미국 민간 핵융합 회사 헬리온 에너지(Helion Energy)에 3억7500만 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했다. 헬레온 에너지는 MS와 핵융합 전력 공급계약을 맺기도 했다.
MS 창업자 빌 게이츠도 소형 핵융합 발전을 연구하는 미국 코먼웰스퓨전시스템에 투자했다. 캐나다 핵융합 개발 업체 제너럴 퓨전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국가 차원에서도 기술 개발을 추진중이다. 영국은 잉글랜드 북부 지역에 2040년 가동을 목표로 핵융합발전소 프로젝트(STEP)를 가동중이며, 미국 역시 핵융합발전소(FPP)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과 유사한 반응을 지상에서 일으켜 전기를 얻는 기술로, ‘인공 태양’으로도 불린다. 바다의 삼중수소를 원료로 사용하므로 원료 고갈 걱정이 없어 ‘꿈의 청정 에너지’로 여겨진다.
특히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는 기존 원자력 발전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면서도 방사성 물질 오염 위험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점이 많은 에너지원이나 상용화 시기가 문제다. 헬리온 등이 의욕적으로 나서는 것과 달리 핵융합 발전 상용화까지는 수십 년의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MR(소형 모듈 원자로)도 차세대 에너지원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무탄소 전원으로 대형원전 보다 뛰어난 안전성과 운전 유연성이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의 SMR 개발에 한창인 가운데, 전세계 80여 종의 SMR이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늘어나는 SMR 수요에 힘입어 이 시장은 2035년까지 4800억 달러(약 640조원)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삼성, 두산, HD현대, GS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SMR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최근 정부는 SMR 얼라이언스를 통해 에너지 선도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독자 모델 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총 6년간 3992억원이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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