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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는 3, 체감은 30… 국민 ‘물가 안정’ 못 느끼는 이유 [물가가 왜 이래①]

데일리안 조회수  

1월 2.8%까지 떨어진 소비자물가

농수산물·공공요금 인상에 체감 안 돼

5년마다 가중치 개편해도 간극 여전

“소비자 체감 100% 반영할 순 없어”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10월 전년동월대비 3.8%까지 오른 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2%대(2.8%)까지 떨어지면서 정책당국이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그런데 체감물가는 다르다. 소비자물가가 3%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는 차이가 크다.

한국소비자원 농수산물가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사과 경우 ‘후지’ 품종(상품)은 지난해 10개 기준 2만2784원이던 가격이 지난 3일 기준 27.7% 오른 2만9088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설 명절 때는 4만원을 찍기도 했다. 이른바 ‘금사과’ 논란이 나온 이유다.

뱃값은 더 올랐다. ‘신고’ 상품 기준 지난해 같은 시기 10개 2만8431원했던 가격이 3일 기준 4만3334원으로 52.4% 올랐다. 설 무렵엔 6만99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바지물가동향’에 따르면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4% 뛰었다.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다. 사과와 배 등 과일류 가격 급등세가 계속되면서 농산물 물가는 15.4% 올랐다.

농산물만 오른 게 아니다. 대중교통 요금과 병원비 인상 등으로 공공서비스 물가가 2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월 공공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2.2% 올랐다. 2021년 10월 6.1% 오른 뒤 27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1월 공공서비스 물가는 12월과 비교해도 1.0%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폭(0.4%)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폭탄’ 논란을 낳았던 난방비도 다시 급등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비용은 각각 전년 대비 21.7%, 27.3% 올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껴 썼는데도 난방비가 30% 이상 더 나왔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이처럼 소비자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2020년 이후 3년 동안 꾸준히 상승해 13.7%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일상에서 소비자들이 자주, 많이 구매하는 생활필수품(114개 품목)을 대상으로 작성한 소비자물가지수의 보조지표다.

생활물가지수 가운데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이나 마트 등에서 주로 사는 신선과실·신선채소·신선어개(생선·해산물) 품목 55개로 구성한 신선식품지수 역시 1월 대비 2월 14.4% 상승하며 두 달 연속 14%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기준·관점의 차에서 발생하는 ‘괴리’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먼저 물가 포괄범위 차이에서 발생한다. 정부가 소비자물가를 통해 측정하려는 것은 전체 가구의 평균적인 물가 변동이다. 일반 가구가 소비생활을 위해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모두 포함한다.


반면 개별 가구는 그중 일부에 해당하는 상품과 서비스만을 소비한다. 정부 공식 물가와 체감물가에는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다음으로 가중치 차이다. 소비자물가는 전체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액 비중을 근거로 대표품목의 가중치를 정해 산출한다. 개별 가구는 그 특성에 따라 전체 평균과는 다른 지출구조를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1인 가구는 주택·수도·전기 지출이 많은 대신 교육 부문 지출이 전체보다 낮을 수 있다. 반대로 자녀를 기르는 가정에서는 교육 부문 지출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개별 가구에 따라 지출구조가 달라 체감하는 물가는 공식 물가와 괴리가 발생한다.

품목별 구매 빈도에서 오는 차이도 있다. 사람들은 본인이 자주 구매하는 상품 가격 흐름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1년에 한두 번 구매하는 상품의 경우에는 가격 흐름에 둔감한 게 당연하다.

반대로 자주 구매하는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비록 금액이 적더라도 가격 상승을 쉽게 인지한다. 체감물가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구매 빈도가 높은 신선식품, 생활용품 등이 체감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이유다.

상승에 민감한 심리도 원인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가격이 내리는 것엔 둔감하고 오르는 것엔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KDI는 물가 상승과 지출액 증가에서 오는 혼돈도 물가 격차의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격변동만 측정하지만, 체감물가는 소비지출액이 늘어나는 것까지 ‘물가’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KDI에 따르면 가계는 생활 수준 향상, 가족 구성원 증가 등으로 지출이 늘어난다. 소비자는 이를 물가 상승으로 인식할 수 있다. 대형 자동차를 살 때 소형 자동차와 비교해 자동차보험료와 연료비가 늘어나는 데 이를 물가 상승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자녀 수가 늘거나 자녀 성장에 따른 식비, 의류비 등 생활비 증가를 물가가 오른 것으로 혼동할 수도 있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 체감 개선을 위해 정기적으로 지표별 가중치 개선 작업을 한다. 소비자물가지수 품목과 작성 방식, 가중치는 원래 5년 주기로 조정하는데, 2013년부터는 물가 현실 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정기 개편 사이에 끝자리가 2, 7인 해를 기준으로 가중치만 변경하는 개편을 추가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소비자 물가지수의 품목별 가중치를 2020년 기준에서 2022년 기준으로 바꾼 바 있다.

당시 통계청은 “지표 물가와 체감물가 사이 괴리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 건 통계청 역할”이라며 “가구 소비지출구조 변화를 보다 빠르게 물가지수에 반영하는 가중치 개편과 외식 배달비 지수 작성 등을 통해 통계 체감도를 높이고, 물가당국의 정책 수립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만원 사과’…30% 오른 농수산물, 수입으로 잡겠다는 정부 [물가가 왜이래②]에서 계속됩니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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