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법 위반과 관련해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집단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애플이 규제 및 소송 영향으로 애플뮤직이나 아이클라우드 등 구독형 서비스 매출에 타격을 받는다면 하드웨어 판매 부진을 만회하고 있는 서비스부문 실적에 불확실성이 커진다.
4일(현지시각) 애플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2.54% 하락한 175.1달러로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하루만에 789억 달러(약 105조2281억 원)에 이르는 기업가치가 증발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결정이 애플의 서비스부문 매출에 중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을 두고 투자자들이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고 해석했다.
유럽연합은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18억 유로(약 2조60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최대 30%에 이르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자사 결제시스템(인앱결제)을 강제했다는 이유로 스포티파이가 2019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애플을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애플은 유럽연합 당국의 결정에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유사한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며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방법원은 1일 애플이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아이폰 등 하드웨어와 함께 판매하는 행위가 반독점법을 위반한다는 내용의 소비자 집단소송을 접수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도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애플이 자사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생태계를 폐쇄적으로 운영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다.
각국 규제당국의 결정 및 반독점법 위반 소송과 관련한 판결이 애플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서비스부문 매출에 실질적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애플은 2023년에 앱스토어 수수료나 아이클라우드 사용료를 비롯한 서비스부문 매출로 852억 달러(약 113조6755억 원)를 거뒀다. 이는 전체 매출에서 22.2%를 차지한다.
서비스부문 매출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16.5%에 이르는 증가율을 보인 데다 하드웨어 매출과 비교해 수익성도 높기 때문에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 하드웨어 판매량은 최근 들어 정체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애플이 자사 플랫폼을 통해 앱과 콘텐츠 판매 수수료를 독점하는 일이 어려워진다면 서비스부문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은 이미 애플의 앱스토어 결제 수수료율을 낮추고 소비자들이 다른 앱스토어를 통해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이드로딩’을 허용하도록 했다.
이러한 반독점 규제가 미국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검색엔진 관련 반독점 소송에 애플이 간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글은 애플 아이폰 등 기기에 기본 검색엔진을 구글로 설정하는 대가로 애플에 매년 180억 달러(약 2조4015억 원)를 지불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재판 결과에 따라 애플이 이 금액을 더 이상 받지 못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독점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서 애플의 서비스부문 매출 기반이 갈수록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유럽연합이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방침을 바꾸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하며 항소심 결과가 애플의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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