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주일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국내에서 코인 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거래량이 급증했고, 해외에 비해 국내 거래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는 ‘김치프리미엄’의 수치도 상승했다. 별다른 쓰임새 없이 단순히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밈(meme)코인’의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지금껏 김치프리미엄의 상승과 밈코인 급등은 가상자산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돼 왔다. 최근 대형 금융사와 가상자산업계 등에서도 짧은 기간에 급등한 코인의 가격이 곧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 ‘고점신호’ 밈코인 급등
5일 오후 2시 기준 국내 가상자산 플랫폼인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2.1% 오른 9402만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비트코인은 7100만원대에 거래됐다. 불과 1주일 만에 가격에 32.4% 오른 셈이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같은 기간 22% 상승하며 500만원을 넘어섰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 1년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밈코인의 동반 급등이다. 밈코인은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유행하는 문화 콘텐츠나 이미지를 따 발행된 가상화폐다. 결제나 보안 기능이 있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과 달리 단순한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가장 널려진 밈코인 중 하나인 도지코인은 지난달 26일 120원 초반에서 5일 현재 258원으로 1주일 만에 약 115% 급등했다. 도지코인은 지난 2013년 가상자산 투자 열풍을 풍자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코인으로 2021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몇 차례 언급하면서 급등한 적이 있다.
도지코인과 함께 대표적인 밈코인으로 꼽히는 시바이누는 같은 기간 293%의 상승률을 보였다. 5일에도 시바이누는 전날보다 53.4% 급등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개구리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 ‘페페’의 이미지를 본 따 만든 페페 코인의 경우 1주일간 무려 400% 급등했다.
지금껏 밈코인의 갑작스러운 급등은 코인 시장의 열기가 점차 마무리되는 신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크게 오른 비트코인이 추가 상승하기 어렵다고 본 투기 세력들이 사실상 마지막 투자 대상으로 밈코인에 눈을 돌리면서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비트코인 가격은 2020년 말부터 크게 오른 후 이듬해 5월부터 꺾였는데, 도지코인을 비롯한 밈코인은 상승장의 막바지였던 2021년 4월부터 한 달간 급등한 후 약세로 돌아섰다.
◇ 코인판 뛰어드는 신규 투자자 증가
코인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면서 거래량이 급증한 점도 가상자산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분석의 근거로 꼽힌다.
가상자산 통계 사이트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국내 가상자산 플랫폼인 업비트의 하루 거래량은 145억달러(약 19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1년간 하루 거래량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업비트에서의 거래량은 지난달 26일부터 큰 폭으로 늘기 시작해 29일 100억달러를 넘어섰고, 최근 며칠간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기관의 가상자산 투자가 금지돼 있다. 업비트는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이를 근거로 보면, 업비트에서의 거래량 증가는 일부 ‘큰 손’을 제외하면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의 코인 매매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코인 거래량이 늘면서 김치프리미엄도 최근 상승하고 있다. 이날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의 가격은 6만7085달러를 기록 중이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을 반영하면 원화 기준 가격은 8959만원이다. 같은 시각 업비트에서는 비트코인 1개를 9440만원을 줘야 살 수 있다. 약 5.4%의 김치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이다.
김치프리미엄의 상승 역시 코인 가격이 고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 중 하나로 해석돼 왔다. 2021년 급등장에서 김치프리미엄은 10%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 현재 수치는 당시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가상자산 침체기 당시 김치프리미엄이 1%를 밑돌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 JP모건 “비트코인, 반감기 후 하락”
최근 일부 대형 금융사들은 가상자산 가격이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다음 달 반감기를 지난 후 4만2000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가격보다 약 38% 떨어진 수치다.
반감기는 비트코인의 채굴 보상이 평소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뜻한다. 지금껏 세 차례의 반감기가 지난 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이 때문에 반감기를 앞두고 차익을 노리고 코인을 매입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그러나 JP모건은 채굴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오히려 반감기 이후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단기간의 급등 흐름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상자산 운용사인 갤럭시디지털의 마이크 노보그라츠 CEO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5만달러 중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데이터 조사분석업체인 얼터너티브닷미는 코인 시장의 과열 정도를 나타내는 ‘공포·탐욕지수’를 매일 측정하고 있다. 이날 얼터너티브닷미의 공포·탐욕지수는 전날보다 8 상승한 90을 기록했다. 이는 ‘극단적 탐욕’ 상황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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